빨대는 대기압의 힘을 이용해 간편하게 원하는 만큼의 액체를 빨아들이는 편리한 도구다. 언뜻 흡인력이라는 사람의 힘으로 액체 자체를 끌어올린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힘이 작동하는 원리는 그와는 다르다. 사람의 역할은 빨대 내부 공기를 살짝 빨아들여 그 안의 기압을 바깥보다 낮게 만드는 것이 전부다. 빨대 바깥의 액체는 여전히 대기압에 눌려 있지만 안쪽은 기압이 낮아지는 자연의 작용으로 액체가 빨대를 따라 쭈욱 올라오는 것이다.
▦ 요즘은 주스나 탄산음료 등을 마시는데 주로 사용하지만 역사적으로 빨대는 맥주와 연관이 깊다. 가장 오래된 빨대 사용 기록은 5,000~6,000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수메르인 유물인 ‘모뉴먼트 블루’라는 점토판에 처음 등장한다. 당시 맥주를 만들어 마셨던 수메르인이 그 점토판에 맥주 제조법과 함께 맥주를 마실 때 빨대를 사용하라고 적어 놓았다. 구운 빵을 가루로 만들어 물을 붓고 효모를 첨가해 만든 고대 맥주에는 침전물이나 부유물이 적지 않았는데, 이런 불순물을 제거하는데 빨대가 유용했던 것이다. 물론 당시의 빨대는 플라스틱이 아니라 갈대 줄기였다.
▦ 갈대 빨대는 그 뒤 보리나 밀 줄기로 대체돼 오랫동안 쓰였다. 빨대를 뜻하는 영어가 ‘straw‘인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의 폴리프로필렌 빨대를 널리 쓰기 시작한 것은 60년 정도에 불과하다. 유럽연합(EU)이 최근 빨대 등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전면 금지안을 발표했다. 바다쓰레기의 85%를 차지하는 환경오염물질인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것이다. 내년 5월까지 유럽의회와 EU 회원국 승인을 목표로 한 이 규제에는 플라스틱 숟가락, 포크, 나이프, 접시와 플라스틱을 사용한 면봉, 풍선 등도 포함된다.
▦ 재활용 쓰레기 수거 대란을 겪고 난 뒤 환경부가 지난달 관련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를 목표로 내세워 법규를 동원해 페트병과 일회용컵 재활용률 등을 높이겠다고 했다. 그 일환으로 과거 5년 정도 시행하다 사라졌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도 내년에 부활한다. 하지만 기껏 100원 안팎일 보증금으로 일회용컵 사용이 얼마나 줄어들지 의문이다. 소비자도, 가게도 이미 일회용컵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빨대까지 없애는 해외 사례를 보며 좀 더 과감한 규제를 해도 좋을 듯 하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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