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 억압 계보 이은 한국당
“민주주의 수호 위해 지지”호소는 모순
자유민주주의와 반공주의 착각 말아야

가슴이 뛴다. 일주일 뒤면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지방선거다. 김기식과 드루킹 사건이 터졌을 때 개인적으로 안타까우면서도 잘 됐다고 무릎을 쳤다. 문재인 정부가 너무 잘 나가고 있어 오만해지기 전에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들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막말, 바른미래당의 내분 등 자해만 하고 있었다. 게다가 메가톤급 평화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여당의 압승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선거결과와 상관없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자유한국당 선거 공약이다. 예를 들어, 홍 대표는 “청와대와 정부를 장악한 주사파 세력들”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세계지도에서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자유한국당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공약을 듣자, 엉뚱하게도 떠오른 것이 김종필 전 총리다. 그는 기회만 있으면 의원내각제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그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우리도 4ㆍ19혁명 이후 내각제를 실시한 적이 있으며, 이 내각제를 무력으로 무너뜨린 사람이 바로 박정희와 김종필이라는 사실이다. 이처럼 내각제 실험을 무력으로 짓밟은 당사자가 입만 열면 내각제를 주장하니 웃기는 이야기다. 아니 자신이 내각제에 진 빚을 갚기 위해 그토록 내각제를 주장해 왔는지 모를 일이다.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다. 역사적으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억압해 온 것이 바로 자유한국당의 전신들이다. 자유한국당의 뿌리는 박정희의 공화당, 전두환의 민정당, 가깝게는 박근혜의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바, 이들의 역사는 ‘자유민주주의 억압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이 자유민주주의와 거리가 멀었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이야기다. 박근혜 정부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프리덤하우스 같은 보수적인 민주주의 평가기관들조차 언론 자유 등 자유민주주의를 크게 후퇴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한 역사를 가진 자유한국당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니, 어안이 벙벙해진다. 김종필 전 총리처럼, 자유민주주의를 억압해온 자신들의 역사적 죄에 대한 사죄의 뜻으로 뒤늦게나마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들고 나온 것인가? 그렇다면 반가운 일이지만, 그런 것 같지 않다. 반대로, 그들은 아직도 자유민주주의를 반공주의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자유민주주의가 단순히 반공주의라면 공산주의를 때려잡는다며 모든 자유를 억압한 히틀러가 최고의 자유민주주의자다.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 히틀러, 만만세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는 단순한 반공주의가 아니라 사상, 표현, 집회, 언론의 자유와 같은 자유권을 보장하는 정치체제다. 1980년대 세계 정치학자들이 공동으로 실시한 권위 있는 민주주의 연구는 이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특정 사상이나 정당을 금지하는 나라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고 규정했다. 또 프리덤하우스는 우리가 국가보안법으로 사상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온전한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의 1.5등급 국가에 불과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점에서 반공이란 이름 하에 자유를 억압해온 우리의 역사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명분 아래 자유민주주의를 압살해온 비극, 아니 희극의 역사였다.

자유한국당 주장처럼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문제는 누가 자유민주주의자이며 자유민주주의를 누구로부터 지켜야 하느냐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주장처럼, 문재인 정부와 이를 만들어낸 촛불시민,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70%의 시민들이 좌파이고 자유민주주의의 적인가? 아니면 아직도 자유민주주의를 반공주의로 착각해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며 사상의 자유 등을 억압하려는 시대착오적인 정치세력이야 말로 자유민주주의의 적인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자유민주주의는 반공주의가 아니다.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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