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되어주세요] 168. 한 살 혼종견 수컷 ‘티르’
티르(1세ㆍ수컷)는 지난해 겨울 한 지방에 있는 동물보호소 앞에서 스티로폼 박스 안에 버려진 채 발견됐습니다. 보호소 관계자는 누군가가 또 앞에 버리고 갔나 하며 박스 안을 확인하던 중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네 다리가 모두 날카로운 것에 의해 깊이 베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호소 관계자들은 생명이 위태로운 작은 강아지를 살리기 위해 병원에 데려갔지만 결국 강아지는 오른쪽 앞다리와 두 뒷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아이가 클수록 균형을 잡고 살기 어려울 거라 보고 안락사를 권유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동물보호단체 ‘나비야 사랑해’는 아이를 그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이전에 네 다리를 잃었지만 꿋꿋이 회복한 리트리버 ‘치치’를 떠올리며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티르는 그 이후에도 두 차례의 큰 수술을 견뎠고 재활훈련을 거치면서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나비야 사랑해 측은 왼쪽 앞다리만 남은 강아지에게 북유럽 신화에서 한 쪽 팔만 있지만 결투와 법의 신으로 용기를 상징하는 ‘티르’의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나비야 사랑해는 고양이 구조 전문 단체이다 보니 티르를 보다 더 잘 돌봐줄 유기동물 쉼터인 ‘쉬어가개냥’에 위탁을 의뢰했습니다. 쉬어가개냥 운영자는 사정이 딱한 티르의 입양처를 적극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유기동물의 위탁과 입양을 앞장서 돕는 자원봉사단체 ‘유기동물 행복 찾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됐고 매주 유행사가 이태원에서 진행하는 가족찾기 행사에 나갈 기회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티르는 사람의 무릎에 안겨 있기를 좋아하고 활동가들에게 뽀뽀세례를 안길 만큼 애교가 많습니다. 보행이 불편하지만 보조기를 달고 산책도 할 수 있고 몸을 움직여 걷고 뛸 수도 있습니다. 아직은 배변을 완벽하게 가리지 못하고, 낯선 사람이 오면 짖기 때문에 입양 후 어느 정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20㎏의 대형견, 혼종견, 호피무늬. 이제 한 살 조금 넘은 티르를 설명하는 수식어들입니다. 작고 귀여운 유기동물들 보다 금방 입양 가기 힘든 조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티르에게는 용기의 신 ‘티르’처럼 어려움을 꿋꿋하게 이겨내는 마음과 사람에 대한 믿음이 남아 있습니다. 티르에게 보호소가 아닌 한 가정의 가족, 반려견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티르는 매주 토요일 서울 이태원역 부근 노란 천막 아래서 진행되는 유행사의 유기동물 가족찾기 행사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세계 첫 처방식 사료개발 업체 힐스펫 뉴트리션이 유기동물의 가족찾기를 응원합니다. ‘가족이되어주세요’ 코너를 통해 소개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가족에게는 미국 수의사 추천 사료 브랜드 ‘힐스 사이언스 다이어트’ 1년치(12포)를 지원합니다.
▶입양문의: 유기동물행복찾는사람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