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지붕 철거도 논란, 마스크 착용하고 등교
강 건너 불구경하는 대구시교육청과 중구청
롯데건설 논란 일자 뒤늦게 공기청정기 설치
대구 남산초 학생 수백 명이 건축물 폐기 먼지로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학교 인근 재개발 지구에서 건축 분진이 날아드는데도 건설사 측은 수개월째 높이 3m짜리 방진막 하나만 설치한 채 법적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다 뒤늦게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10시20분 수업 중인 남산초 교실 옆에는 건설사 측이 석면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작업을 중단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1급발암물질로 지정된 석면 지붕 철거에 학부모들이 깜짝 놀란 것이었다. 30대 학부모는 “최근 학교에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며 “작업 인부마저 방진복을 입고 석면 지붕을 철거하면서 담장 너머 학생들에게는 조심하라는 말 한마디 없었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학교 후문 담벼락에는 건설 폐기물이 초등학교 건물 2층 높이만큼 쌓여 있었다. 수업을 하는 교실과 불과 10m 거리다. 그물식 검정 비닐에 덮힌 폐기물과 교실 사이에는 3m 높이의 비닐 방진막이 전부였다. 지난달 21일에는 건설사 측이 물을 뿌리지 않고 포크레인으로 철거하다 중구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900여 명의 등굣길 학생 대부분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교문 앞에는 일회용 마스크를 든 학부모들이 마스크를 직접 씌워주기도 했다. 공사가 시작된 3월 후에는 교실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창문도 열지 못하고 있다.
학부모 백현숙(38ᆞ여)씨는 “중구청에 분진 관련 민원을 넣었더니 법적 기준을 지키고 있어 하자가 없다고 답하고, 건설사 측에 항의하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책이 전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중구청은 땜질식 처방이 전부다. 중구청 관계자는 “철거작업을 하면서 물을 뿌리지 않은데 대해서는 경고조치했고, 방진벽을 설치하지 않은 건은 개선 명령을 내려 조치했다”며 “건설사에 방진막 높이를 높여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도 문제 해결 의지가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남산초가 교실에 이중창문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예산이 없어 어렵다”며 “건설사 측에 요구할 사안도 아니기 때문에 해결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 측은 5일에야 이 학교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1일 석면 지붕을 철거할 때는 보건환경관리공단과 합동으로 대기측정까지 2중으로 안전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롯데건설은 2016년 대구 중구 남산동 일대 4만6,520㎡ 부지에 2021년 3월까지 3개동 987세대를 짓기로 하고 3월부터 철거작업 중이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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