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행 기차표가 남북분단 이후 처음으로 발권된다. 1951년 경의선이 끊긴 이후 67년 만이다. 표를 사면 경의선 연결의 시작점이 될 도라산역에 가서 기념 행사를 보고 돌아올 수 있다.
통일맞이(이사장 이해찬), 희망래일(이사장 이철), 평화철도(공동대표 정동영ㆍ권영길) 등 주최측에 따르면 희망래일 사전신청 페이지를 통해 신청한 사람은 3일 낮 12시 서울역에 부스 형태로 설치되는 특별 매표소에서 서울발 평양행 기차표를 받을 수 있다. 이날 서울역 전광판에는 최초로 ‘평양(도라산)’ 표시가 뜨고, ‘평양(도라산)행’ 탑승구를 안내하는 문구가 나온다.
열차는 이날 오후 1시에 출발할 예정이며, 도라산역에 내린 뒤 인근 평화공원에서 ‘늦봄 문익환 탄생 100년과 평양행 열차표 발권 축하 문화제’를 관람할 수 있다. 문화제에는 소설가 황석영, 밴드 ‘안치환과 자유’, 소리꾼 최용석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배우 문성근씨는 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이번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문 목사가 1989년 방북 전에 ‘잠꼬대 아닌 잠꼬대’라는 시를 쓴 게 있습니다. ‘통일은 서울역에 가서 평양 가는 기차표를 달라고 외치는 일이다’ 통일은 막연하지 않고 구체적인 그림이라는 것이죠. 그걸 따서 행사를 마련했어요.”
문 목사는 1918년 6월 1일 만주 북간도에서 태어났다. 14세 때 신사참배 거부로 숭실중을 중퇴한 뒤 만주 봉천신학교 재학 중 학병을 거부하고 25세 때부터 전도사로 활동했다. 한국신학대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신학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3ㆍ1민주구국선언(76년), 유신헌법 비판(78년), 내란예비음모죄(80년),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6차례 투옥됐다. 민주화 운동과 통일 운동에 전념하다가 94년 1월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89년 방북을 앞두고 문 목사는 시 ‘잠꼬대 아닌 잠꼬대’에서 “이 땅에서 오늘 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온몸으로 분단을 거부하는 일이라고/휴전선은 없다고 소리치는 일이라고/서울역이나 부산, 광주역에 가서/평양 가는 기차표를 내놓으라고 주장하는 일이라고”라며 통일을 노래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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