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이 반납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매장 사업자 후보가 신라와 신세계면세점 두 곳으로 압축됐다. 국내 1위 면세사업자인 롯데는 면세사업권 조기 반납 등의 이유로 경쟁에서 조기 탈락했다.
31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롯데ㆍ신라ㆍ신세계ㆍ두산 4개사가 제출한 사업 제안서 평가와 입찰가격(임대료) 개찰을 마친 결과 인천공항 제1터미널 DF1과 DF5 면세사업권의 사업자 복수 후보로 호텔신라와 신세계디에프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공사는 입찰에 참가한 업체에 대해 사업능력 60%와 입찰가격 40% 배점으로 후보를 선정했다.
공사는 이 같은 선정 결과를 관세청에 통보할 계획이다. 이후 관세청은 이 결과를 특허 심사에 반영해 낙찰 대상자를 선정한다. 최종 사업자 낙찰은 인천공항 입찰평가 점수(50%)와 관세청 특허심사 점수(50%)를 합쳐 구역별로 한 개 업체로 결정된다. 공사와 낙찰 사업자는 다음 말까지 계약을 체결하고 면세사업자는 7월에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이번 입찰은 롯데면세점이 지난 2월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다며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진행됐다. 공사는 지난 2월 롯데가 반납한 인천공항 면세매장 가운데 DF1(향수ㆍ화장품)과 DF8(탑승동 전 품목)을 묶은 1개 사업권(DF1)과 피혁ㆍ패션(DF5) 사업권 등 두 곳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다. 계약 기간은 5년이며 사업권과 품목별 중복 낙찰도 허용된다. 신라와 신세계 한 쪽이 두 개 사업권을 다 가져가거나, 신라와 신세계가 한 사업권씩 나눠 운영할 수도 있다.
신라는 마카오 국제공항,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등 해외에 5곳의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신라가 인천공항 면세점 두 개 사업권을 모두 획득하면 롯데와 면세점 시장 점유율이 비슷해진다.
지난해 말 국내 매출액 기준 면세점 시장점유율은 롯데 41.9%, 신라(HDC 제외) 23.9%, 신세계 12.7% 순이다.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14조5,000억원으로 이번에 입찰하는 인천공항 사업권 매출액은 지난해 매출 기준 6.4%에 해당하는 약 9,000억원이다. 신라와 신세계 가운데 어느 한 사업자가 두 개 구역을 모두 가져갈 경우 단숨에 연 매출이 1조원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은 직매입 방식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하다 보니 매출 규모가 매우 중요하다”며 “규모가 클수록 공급자로부터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인천공항 면세점처럼 매출 규모가 큰 사업장이 있으면 전체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면세점 1위 업체인 롯데는 올 2월 공사에 인천공항 면세매장을 반납해 심사에서 감점을 받아 후보에서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중국 정부의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크게 줄어드는 데다 서울 시내에 면세점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자 인천공항 제1터미널 4개 사업권 중 주류ㆍ담배(DF3 구역)를 제외하고 지난 2월 사업권을 반납했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에 2017년 9월~2018년 8월 7,740억원, 2018년 9월~2020년 8월 1조원 이상을 내야 하는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 공사 측과 4차 협상까지 벌였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철수를 선택했다.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은 2016년부터 2년간 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신세계면세점도 2016년 김해국제공항 면세점에서 철수한 바 있어 감점 요인이 있었지만 입찰 가격을 높게 적어내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신세계가 인천공항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의지와 그간 스타필드 명동면세점에서 보여준 콘텐츠 개발 능력에 좋은 평가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현재 제1터미널의 DF7과 제2터미널의 DF3을 운영하고 있고, 신라는 제1터미널의 DF2, DF4, DF6, 제2터미널의 DF1 등 4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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