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니치 조사 응답한 병원 중 67% “연명치료 포기한 적 있다”
“본인 의사 확인”은 20%에 불과… 치매 등으로 확인 어렵기도
위독한 환자를 치료하는 일본의 응급센터 중 최소 49곳이 지난해 회복 가망이 없는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를 포기한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간 130만명이 사망하는 ‘다사(多死)시대’를 맞이한 일본에서는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환자나 가족의 의사 확인이 원칙이다. 그러나 치매나 갑작스러운 병세 악화 등으로 의사 확인이 어려울 경우 응급실 현장의 의료진이 연명치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지난달 31일 마이니치(每日)신문은 보도했다.
이 신문이 응급센터를 갖춘 전국 288개 병원을 대상으로 연명치료를 도중에 중단하거나 아예 하지 않은 적이 있는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113곳의 답변을 받았다. 연명치료 시행여부를 명확히 답변한 73곳 중 “연명치료를 중단ㆍ포기한 적이 있다”고 밝힌 곳은 49곳으로 응답병원 중 67%에 달했다. “없다”는 응답은 24곳이었으나 이중 10곳은 연명치료 중단이나 포기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40곳은 “미묘한 문제” 등의 이유로 답변을 유보했다.
이들 병원에서 연명치료를 포기해 사망한 환자는 1,120명이다. 이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92%를 차지했다. 연명치료 중단ㆍ포기로 인해 취소된 치료(복수 응답)는 혈압을 상승시키는 승압제 투여가 80%, 인공호흡, 인공투석 등이 70%대에 달했다. 대상자는 주로 말기암이나 뇌출혈 등의 환자들이었다.
연명치료를 포기한 이유(복수 응답)로는 “환자나 가족의 희망”이라는 응답이 89%였다. 그러나 확인 방법과 관련해서 “환자 가족이 결정했다”거나 “가족이 추정한 환자의 뜻이었다”는 답변이 80%에 달했다. “본인으로부터 확인했다”고 응답한 경우는 20%에 불과했다. 연명치료를 중단한 적이 없다고 밝힌 병원에서는 “(연명치료 포기가) 가족의 총의(總意)인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했고 “병원 내에서도 연명치료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존엄사가 법제화가 돼있지 않기 때문에 형사 책임을 우려해 연명치료를 중단하지 않는 병원도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 후생노동성은 지난 3월 연명치료 중지를 인정하는 요건과 절차를 담은 종말기 의료지침을 개정했다. 개정된 지침에는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거나 자택이나 간병시설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싶은 경우에는 환자와 가족, 의료진이 반복적으로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치매나 병세 악화로 환자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환자가 자신의 뜻을 대변해 줄 사람을 지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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