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주변 인도에 있던 강제징용노동자상이 설치 한 달만에 철거돼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 실내로 옮겨졌다.
동구는 31일 오후 2시 일본영사관 인근 인도에 설치된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실행했다.
구는 하루 전 노동자상 앞에 지게차를 준비한 데 이어 이날 오전 1톤 화물차를 세워두고 행정대집행을 준비했다. 경찰 역시 지원 요청에 따라 경력 21개 중대, 1,500명가량을 일본영사관 앞에 집중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철거 작업은 지게차와 동구청 관계자 등이 동원돼 20여분 만에 끝났다. 노동자상은 지게차에 들어올려진 뒤 1톤 화물차에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으로 옮겨졌다.
이에 철거 하루 전부터 농성을 이어가던 부산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추진특별위원회는 거세게 반발했다. 추진위 관계자 200여명은 강제철거가 시작되기 전 노동자상 인근에서 구 관계자와 경찰에게 항의하다 충돌을 일으켰다. 일부 관계자들은 노동자상 위에 올라 피켓을 들고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제지 당하기도 했다.
노동자상이 화물차에 실려 동구 중앙로을 따라 떠나자 추진위 관계자들도 이를 뒤따르려다 도로를 통제하던 경찰과 충돌했고, 곳곳에서 거친 몸싸움이 일어났다.
추진위 관계자는 “시민이 힘을 모아 세운 노동자상을 경찰과 동구청이 불법으로 빼앗아갔다”며 “일제강제동원역사관으로 이동해 노동자상을 되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대집행에 앞서 이날 오전 9시 30분 동구청에서 행정안전부와 외교부, 국토교통부 관계자 등이 추진위 관계자와 2시간가량 면담을 진행했지만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정부 측은 부산역이나 국제연안여객터미널 등 상징성이 있는 곳에 노동자상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지만 추진위는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옆에 노동자상을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추진위 지난달 30일 노동자상을 기습적으로 일본영사관 소녀상 옆에 설치하려다 경찰에게 제지 당해 소녀상에서 60m가량 떨어진 영사관 앞 인도 중앙에 방치돼 왔었다. 글ㆍ사진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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