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하는 첫 공식 절차인 회계감리위원회(이하 감리위)가 세 차례의 회의 끝에 31일 잠정 결론을 내렸다. 다만 감리위에서 다뤄지는 내용은 관련 법에 따라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감리위원들이 도출한 다수의견과 제재 수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감리위 판단을 감안해 최종 결론을 내리는데, 증선위 역시 2,3차례 열릴 가능성이 커 삼성바이오의 분식 혐의는 내달 말이나 돼야 완전히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31일 증선위 자문기구인 감리위가 이날 정부서울청사 16층 대회의실에서 3차 정례회의를 열어 잠정 결론을 도출해 그 결과를 증선위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감리위는 이날 금융감독원과 제재 대상자인 삼성바이오 측 의견은 듣지 않고 감리위원 간 집중토론을 통해 다수 합의 의견과 제재 수위를 정했다.
다만 금융위는 감리위원 다수가 합의한 의견이 어떤 내용인지와 8명의 감리위원 중 몇 명이 다수 의견에 동참했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감리위는 김학수 감리위원장(증선위 상임위원)을 비롯해 박정훈 금융위 자본시장국장, 임승철 금융위 법률자문관, 박권추 금감원 회계전문위원, 김광윤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위원장, 3명의 민간위원(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 정도진 중앙대 경영대 교수, 이문영 덕성여대 회계학과 교수)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감리위가 어떤 식으로 잠정결론을 내렸는지 예측하긴 쉽지 않다. 국제회계기준은 기업의 재량을 상당 부분 인정하는 쪽으로 설계돼 있어 회계기준의 어떤 조항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가 인정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관건은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회사 회계처리기준을 바꾼 것을 실적 부풀리기를 위한 고의적 분식으로 볼지 여부인데, 회계업계에선 감리위가 분식 혐의 일부만 인정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바이오가 기업의 재량권을 의도적으로 이용한 측면이 다분하지만 고의 분식으로 볼 만한 결정적 증거가 부족하고 증선위에서 징계수위가 조정될 여지가 있는 만큼 일단 고의 분식보단 낮은 수위의 징계를 제시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과 김학수 증선위 상임위원, 3명의 비상임위원(조성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 박재환 중앙대 교수, 이상복 서강대 법학대학원 교수)으로 구성된다. 이들 5명이 분식회계 여부와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감리위 의견이 뒤집히는 일은 없지만 증선위 과정에서 제재 수위가 가감되는 등 조정될 수 있다. 증선위는 내달 7일 첫 정례회의를 연다. 합의제 의사결정 방식을 따르기 때문에 이후 두 차례 증선위를 더 열어 최종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혐의를 다룰 때도 감리위와 증선위가 각 세 차례씩 열렸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