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대 교수, 3년간 회식자리서
여학생 허벅지 만지기 등 일삼아
‘옆자리에 남학생만’ 대응 매뉴얼도
서울대에서 교수 성폭력 폭로가 또 나왔다. 학생들은 수년 전 발생한 교수 성추행 사건 당사자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대는 갑질 성폭력 등 의혹이 제기된 다른 교수의 징계 수위를 놓고도 내홍을 겪고 있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학생회와 서울대 수의대 H 교수 성폭력 사건 위드유(#withU) 연대는 31일 서울대 캠퍼스에서 “2011년에서 2013년까지 3년간 H 교수로부터 수많은 학생이 술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H 교수는 학과 내 동아리 회식자리 등에서 여학생 옆자리에 앉아 술을 따르게 하거나 어깨를 쓰다듬는 것은 물론, 만취한 여학생 볼에 입을 맞추고 허벅지를 만지는 추행을 상습적으로 일삼았다. 이 때문에 ‘허벅지’라는 별명으로 불렸으며, ‘H 교수 옆자리엔 남학생만 앉혀야 한다’는 내용의 대응 매뉴얼도 있었다고 학생들은 전했다.
학생들은 해당 사건을 대하는 수의대 측의 미온적 태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사건 발생 당시 수의대 측이 동아리 지도교수 교체, 지도학생 미배정 등의 조치만을 취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는 없었고, 피해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H 교수를 계속 마주쳐야 해 2차 가해에도 노출됐다는 게 학생들 얘기다. 이에 대해 수의대 관계자는 “학생들 요구에 따라 H 교수를 1학기 학부 수업에서 배제했다”라며 “당시 사건이 제대로 처리됐는지 파악한 뒤, 단과대 차원에서 가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대 징계위원회는 학생을 상대로 한 갑질과 성희롱, 연구비 횡령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대 사회학과 H 교수에 대해 21일 정직 3개월 징계를 결정했다. 이에 대학원생 10명이 집단자퇴서를 제출하고, 동료 교수들이 해당 교수의 복귀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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