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실장에 ‘소득주도성장’ 맡겨
사실상 원톱 컨트롤 타워 역할
김 공정위장엔 경제민주화 주문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의 키를 장하성 정책실장에게 쥐어주면서 사실상 장 실장이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원톱’으로 올라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또 다른 경제정책 기조인 경제민주화(공정경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맡겨졌다. 공식적으로는 서열이 가장 높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입지는 크게 위축되는 형국이다.
30일 정부 안팎에선 ‘김동연 패싱’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청와대가 전날 문재인 대통령 주재의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마친 뒤 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앞으로 장 실장이 주도해 관련 부처 장관들과 함께 경제 전반에 대해 회의를 계속 개최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장관급인 장 실장이 부총리를 제치고 경제 정책을 주도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청와대는 논란이 일자 문제가 된 대목을 ‘앞으로 장 실장과 관련 부처 장관들이 함께‘로 수정했지만 사실상 장 실장이 사령탑이란 점을 확인해준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김 위원장의 입지도 더 공고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공정위 안에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도록 주문했다.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경제민주화 정책 점검과 이해관계 조율 역할을 공정위에 맡긴 것으로, 공정경제 기조를 이끌 수장으로 김 위원장을 명확히 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문 대통령이 시민단체 참여연대 출신인 장 실장과 김 위원장에게 잇따라 힘을 실어 주며 정통 관료 출신인 김 부총리는 설 곳을 잃고 있다. 김 부총리의 역할은 3대 경제정책 기조 중 남은 ‘혁신성장’을 챙기는 것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의 입지가 줄어든 것은 최근 그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한다는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이자 문 대통령의 공약에 속도조절론을 언급한 게 한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가 전날 점검회의에서 “1분위(최저소득계층) 소득 성장을 위한 특별한 노력”을 강조한 것은 ‘결이 다른’ 김 부총리에 대한 경고란 해석도 나온다. 이날 이목희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속도조절론은 적절치 않다”고 김 부총리를 쏘아붙인 것도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청와대의 ‘장 실장 주도’라는 말 자체가 더 강력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하라는 메시지”라며 “경기 상황이 청와대 기대에 못 미치자 개각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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