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적 지위 이용 대형업체 겨냥
“매출 5억 초과, 구간 세분화해야”
수수료 인하로 고용 불안 등 영향
신용카드사 노조가 재벌 가맹점의 수수료를 높이는 ‘차등수수료’ 도입을 주장하고 나서 주목된다. 수수료 구간을 세분화해 영세ㆍ중소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하 혜택을 늘리는 대신 대형 가맹점은 일정 수준 이하로 수수료를 낮추지 못하도록 하자는 게 골자다
카드사노동조합 협의회와 금융노조, 사무금융노조는 3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차등수수료 정책과 업종별 하한 수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카드업계는 내년 2월부터 적용되는 가맹점 수수료율 조정을 앞두고 적격비율(원가) 재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영세 가맹점(매출액 연 3억원 이하)은 연 0.8%, 중소 가맹점(3억~5억원)은 연 1.3%의 수수료율을 적용 받고, 매출액 5억원 초과 일반 가맹점은 최대 2.5%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카드사 전체 수익의 80~90%를 차지하는 대형 가맹점들은 수수료 협상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다른 가맹점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카드사 노조에 따르면 주유업종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1.5%, 통신ㆍ자동차업종과 대형 마트는 1.8%로 전체 평균인 2%를 밑돈다.
이에 카드사 노조는 현재 매출액 5억원을 초과하는 대형 가맹점도 매출액 기준으로 세분화 해 영세ㆍ중소상공인들의 수수료는 더 내리고 재벌 가맹점의 수수료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하게 수수료를 낮춰 온 일부 업종의 대형 가맹점들을 겨냥한 조치다.
카드사 노조가 수수료 재조정에 대한 대안을 들고 나온 것은 고용 불안과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는 3년마다 진행되지만 지난해 영세ㆍ중소 가맹점 범위가 확대되는 등 실질적으로는 최근 10년간 수수료가 9차례나 인하됐다. 이 여파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카드 설계사를 포함한 카드업계 고용 인원은 2011년 2만9,408명에서 2016년 2만1,982명으로 25.3%(7,426명)나 줄었다.
이경 사무금융노조 부위원장은 “일률적으로 수수료를 낮추기보다는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 수수료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며 “갑을 관계에 있는 재벌 가맹점의 수수료를 현실화해야 영세ㆍ중소가맹점의 혜택이 더 늘어나고 카드사 노동자의 고용도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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