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간판 타자 나성범
주축 타자들 동반 슬럼프에도
팀 유일 3할대 고군분투
“홈런 필요할 때 욕심 내
안 좋은 공에도 방망이 나가
ML 진출은 개인 문제
팀과 시즌에만 집중하려 해”
올해 NC 팬들에게 NC는 상당히 낯설다. 팀이 이렇게까지 추락할 줄 몰랐다. 베테랑들의 부상과 부진 탓에 라인업엔 생소한 이름도 여럿이다. 박석민(33)과 박민우(25) 등 주축 타자들의 타율은 2할대 초중반이다. 해줘야 할 선수들이 제 몫을 못하고, 마운드까지 무너진 탓에 NC는 2013년 1군 진입 이후 처음으로 가장 낮은 자리(10위)에서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비록 팀 성적은 최하위로 처졌지만 간판 타자 나성범(29)만큼은 NC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타선에서 유일하게 3할대 타율(0.329)을 기록 중이다. 최근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긴 해도 안타는 71개로 리그 전체 3위, 홈런(10개)과 OPS(장타율+출루율ㆍ0.880)는 팀 내 1위다.
2016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큰 힘을 보탰던 ‘나테이박’(나성범-에릭 테임즈-이호준-박석민) 가운데 꾸준히 중심 타선을 지키고 있다. 테임즈는 2017년 메이저리그 밀워키에 입단했고, 이호준은 2017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박석민은 2016년 이후 ‘96억원 몸값’에 걸맞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 27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만난 나성범은 “팀 성적이 안 좋다 보니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해도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호흡을 맞췄던 선수들은 부상으로 빠지고, 새로 온 선수들은 어수선한 분위기에 들어와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인 성적도 팀 성적이 따라와야 의미가 있는데 지금은 그게 잘 안 돼 아쉽다”고 덧붙였다.
중심 타자로서 팀이 힘들 때 꼭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삼진도 부쩍 늘어났다. 29일 현재 59개의 삼진으로 SK 최정(61개)에 이은 최다 삼진 2위다. 김경문 NC 감독은 “부담을 갖고 타석에 들어서다 보니 투수와 수 싸움에서 밀린다”고 진단했다. 나성범 또한 “홈런이나 안타가 필요한 상황에서 욕심을 내니까 역효과가 나온 것 같다”면서 “원래 적극적으로 치는 스타일인데다, 어떻게든지 해결해보려는 마음에 안 좋은 공에도 방망이가 나간다”고 설명했다.
나성범이 그나마 위안을 삼는 부문은 수비다. 지난 시즌 외야수 가운데 가장 많은 7개의 실책을 했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무실책이다. 나성범은 “보이지 않는 실책이 있지만 스프링캠프 때부터 수비에 많은 신경을 썼다”며 “요즘은 방망이 하나 만으로 외야에서 살아남기 힘든 시대”라고 강조했다.
나성범은 최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전 동료 테임즈가 미국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빅리그에 도전할 선수로 그를 꼽았을 만큼 상품 가치가 높다. KBO리그 규정상 내년 시즌을 마치면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한 해외진출 자격(7년)을 얻는 그는 “주위에서 얘기를 하고 기사도 나오고 있지만 이건 개인 문제다. 팀과 시즌에만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또 “마산구장 마지막 해에 첫 우승을 이루면 팬들이나 선수들에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힘들다고는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마지막까지 끈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창원=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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