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앨범 1위 그리고 싱글 10위에 빛나는 방탄소년단(BTS)의 세계적 성공은 물릴 만큼 나온 얘기지만, 여전히 중요한 기반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한 여러 요인들이 화학적으로 작용해 빚어진 산물이다.
그들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는 입만 열었다 하면 BTS 제1의 승인(勝因)으로 SNS를 꼽는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고루 퍼진 팬덤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그들은 막강한 글로벌 팬덤의 성원으로 올라섰다.
콘텐츠로 들어가면 이제는 그들의 자산으로 평가되는 ‘칼군무’가 있다. 일체화하고 속도감과 절도 있는 일곱 청년들의 춤사위는 그 자체가 눈부신 비주얼이며 거대한 작품이다.
지난 201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K콘(케이팝콘서트)을 찾은 한 미국 팬은 그들의 환상적인 춤을 보고 경이로운 나머지 “BTS의 댄스는 아름답다”며 눈물을 흘렸다.
음원과 영상으로 얻은 공감이 막상 공연으로 확인하게 되면 그것은 경이로 바뀐다. ‘리얼’(real)의 감동이다!
BTS의 북미 프로모션을 맡은 그래모폰미디어 에시 개지트 사장의 말. “팬들은 늘 리얼을 선택한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리고 지금 시대는 팬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이 있다.”
확실히 BTS의 센세이션은 매체의 선택이 아니라 팬들에 의한 (공정한) 선택이다.
빌보드는 지난해 ‘팝이 글로벌로 향한 해’란 제목의 연말 특집기사에서 BTS를 사회의식을 표현하는(socially conscious) 그룹으로 정의했다. ‘난 육포가 좋으니까 6포세대/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해…’(‘쩔어’) ‘열일 해서 번 나의 pay/전부 다 내 배에/티끌 모아 티끌 탕진잼 다 지불해/내버려둬 과소비 해버려도…’(‘고민보다 Go’) 등 전작들도 그랬지만, 이번 새 앨범의 수록곡 ‘낙원’도 마찬가지다. ‘꿈이 뭐 거창한 거라고/아무나 되라고/꿈이 없어도 괜찮아/네가 내뱉는 모든 호흡은 이미 낙원에…”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에 핏기 잃은 젊음은 세상에서 가장 약한 영웅 호빵맨(‘앙팡맨’)을 얘기하고 소행성으로 전락한 명왕성(‘134340’)을 안는 그들의 메시지에 힐링과 위로를 얻는다.
방탄소년단은 팬들 사이에서 금수저가 된 ‘흙수저’로 불린다. 늘 상층보다 하층을 어루만지고 기쁨보다 슬픔에 주목한다. 대중의 공감지수가 여기서 상승한다. 환상 아닌 ‘리얼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외국 팬들도 이들의 노랫말이 현실비판적임을 인지하고 있다고 한다.
BTS의 미학은 청춘성에 위치한다. 무엇보다 이게 중요한 대목이다. 스스로 피 땀 눈물을 노래하지 않았나!
그들은 상기한 바와 같이 ‘꿈이 없어도 괜찮아’라고 우리를 위로하지만, 막상 그들은 원대한 꿈을 품었다.
얼마 전 컴백 기자회견에서 리더 알엠(RM)은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하며 빌보드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서 1위 그리고 싱글차트 ‘핫 100’에서 10위권 진입이란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게 모두 실현되었다.
청춘성은 꿈과 더불어 어려움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열정’의 가치에서 정점을 찍는다. 애초 힙합 그룹에서 아이돌로 조정 국면에 돌입했을 때, 그래서 댄스 역량이 절대적으로 요구되었을 때 그들은 하루 12~13시간 댄스 연습에 몰입했다고 한다.
기획사 관계자는 “지금도 어마어마하한 연습량을 소화한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모습은 무명 시절 독일 함부르크 클럽에서 하루 10시간 맹렬하게 연습한 비틀스와 별 다를 게 없다. 지속적인 그 무한열정에 의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칼군무’와 발군의 가창력, 멤버 전원의 작사 작곡의 능력이 주조된 것이다.
그들의 성공은 꿈·열정·신념이란 변하지 않은 청춘성의 결실이다. 1960년대 영국에 비틀스가 있었다면 2010년대 한국에는 BTS가 있다.
임진모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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