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 수익일 땐 몰수”
가상화폐 이용 범죄에 경종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재산 가치가 있어 중대범죄 수익이라면 몰수할 수 있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승을 부리는 가상화폐 이용 범죄 근절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30일 청소년이 나오는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해 돈을 번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안모(34)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191 비트코인(범죄수익)을 몰수하며 6억9,587만원을 추징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안씨는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음란물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부당이익 19억여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안씨와 가족 계좌에 입금된 14억여원과 안씨가 구속된 지난해 4월 17일을 기준으로 5억원의 가치가 있던 216 비트코인이 안씨가 회원들로부터 사이트 이용료로 받은 범죄수익이라 보고 몰수형을 구형했다.
쟁점은 가상화폐가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는 무형재산도 몰수 대상’으로 규정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같은 법 시행령상의 적용 대상인지 여부였다. 1심은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한 파일 형태인 비트코인을 몰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몰수는 인정하지 않고 징역 1년 6월에 추징금 3억4,000만원만 선고했다. 이 판결 이후 “가상화폐로 부정한 돈을 벌어도 고스란히 챙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반면 2심은 “비트코인을 받는 가맹점이 존재하는 등 현실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있음을 전제로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점 등을 고려하면 관련 법상 몰수 대상”이라 판단했다. 2014년 미국 뉴욕지방법원이 마약밀거래 사이트 운영수익을 몰수해 국고로 넣은 사례도 고려됐다. 대법원도 피고인의 전자지갑 안에 있던 비트코인이 중대범죄로 얻은 재산상 가치가 맞다고 인정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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