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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행정] 결혼이민여성들 “노래, 게임으로 외국어 가르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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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행정] 결혼이민여성들 “노래, 게임으로 외국어 가르쳐요”

입력
2018.07.08 12:57
수정
2018.07.08 18:4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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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교실, 주민센터 등에서

아동, 지역주민에 원어민 교육

3년간 5만2000명 수강

“부정적 이민 인식 개선해 자긍심”

다문화 자녀들 교육 돕는 효과도

경북 영주시 풍기초등학교의 돌봄교실에서 유운비 강사가 아이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경북 영주시 풍기초등학교의 돌봄교실에서 유운비 강사가 아이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6일 오후 경북 영주시 풍기초등학교 운동장. 교실에는 방과후 학교생활을 하는 1, 2학년 학생 20여명이 숙제를 하거나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유운비(35) 강사가 “얘들아 이제 수업하자”고 하자 어린이들이 책상 앞으로 쪼르르 모여든다. 중국어 그림책을 펴 들고 율동과 리듬에 맞춰 짧은 중국 노랫말을 병아리들처럼 합창한다. 그러다 ‘병원’ ‘학교’ 등 제시어가 나오면 아이들이 서로 손을 치켜들었고, 지목된 아이가 앞으로 나와 유 강사가 펴든 그림책에서 해당 그림을 떼어낸다. 어린이들은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유 강사는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수업하기 위해 주로 노래나 게임으로 중국어를 가르친다”고 말했다.

유 강사는 중국에서 영주로 유학 와서 경북전문대와 동양대학을 졸업한 후 이곳에 정착했다. 4년 경력의 중국어 강사로 학원, 방과후학교, 유치원 등을 돌며 일주일에 10시간 내외 강의한다. “아이를 키우느라 집안에 늘 혼자 있었는데 강사 생활을 하니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 재미있고 여러 사람들을 알게 돼 좋다”고 한다. 한국어 발음도 비교적 정확하다. “강의 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 아이 키우기에도 불편이 없고 경제적으로도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풍기초등학교 돌봄교실에는 1 ,2학년 120명 중 50명 정도가 방과후교실에 참여한다. 베트남, 중국 다문화가정 자녀가 절반 가까지 차지하다 보니 이중언어 교육의 필요성도 그만큼 크다.

경북도는 결혼이민여성의 최대 강점인 이중언어능력을 활용한 이중언어강사 사업을 2016년 전국 처음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울릉도를 제외한 22개 시군으로 확대했고 규모도 전국 최대이다.

처음에는 학교 방과후과정만 지원했으나 교육기관 외에도 읍면동 주민센터,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요청이 쇄도해 규모를 확대했다. 강사인원도 2017년 135명(베트남 40, 중국 57, 필리핀 38명)에서 올해 38명을 충원해 173명으로 늘렸다. 파견기관은 239개소에서 371개소로 증가했다.

이 사업은 결혼이민여성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지역주민과 아동, 청소년에게는 양질의 원어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돼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구미에서 베트남어 강사로 활동하는 웬티훼(35)씨는 지난해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등 최근 한ㆍ베 교류가 급증하고 베트남어 수요도 늘어나는 현상이 반갑다. 그는 “베트남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 LG전자 등 기업체가 베트남어 강좌를 개설해 주면 기업체에 가서 강의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경북도내 22개 시군에서 결혼이민여성 이중언어 강사를 통해 외국어를 배우는 인원은 2017년 5,000명을 넘었다. 연인원으로 따지면 5만2,000명에 달한다. 올해는 5월 현재 6,000여명이 수강하고 있다.

강사를 지속적으로 늘리다 보니 경북도 예산도 크게 늘어 2016년 4억2,000만원으로 시작한 것이 2017년 8억6,000만원, 올해는 16억6,000만원이 책정됐다.

경산에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시아오리(37)씨도 “강사료가 일반 학원 등에 비해 적지만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고 자녀양육과 일을 병행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며 “아이가 저를 외국어 선생님으로 자랑스러워해 자긍심도 느끼고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개선되는 것도 느낀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이중언어강사 일자리창출사업이 도내 학생들을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는데도 크게 기여한다고 보고 지원을 최대한 늘린다는 방침이다.

정규식 경북도 여성가족정책관은 “결혼이민여성의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도내 학생들이 글로벌 인적자원으로 성장하는데 뒷받침이 되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글ㆍ사진=안동 이용호 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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