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박근혜 정부와 재판 거래”
양 前 대법원장 검찰에 고발하기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해고 확정 판결을 받은 KTX 승무원들이 ‘재판흥정’ 의혹에 항의하며 대법원에 진입해 시위를 벌였다. 대법원에서 ‘법외노조’ 판결을 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판결 무효”를 주장하는 등 양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재판을 두고 거래를 시도한 정황과 관련한 재판 불복 움직임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국철도노조 KTX승무지부 등은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구속수사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법원 로비와 대법정 안으로 진입해 농성을 이어가며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을 요구했다. 대법원 대법정이 점거되기는 정부 수립 이후 처음이다.
해고 승무원들은 “양승태 대법원은 고등법원까지 승소했던 KTX 승무원 판결을 이유 없이 뒤집어 승무원들을 절망의 나락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2015년 2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다 해고된 KTX 승무원들이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1ㆍ2심을 뒤집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최근 공개된 당시 법원행정처 문건에 따르면 KTX 소송은 박근혜 정부를 뒷받침하기 위한 사례 중 하나로 등장한다.
전교조 역시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이 법외노조 재판을 두고 거래를 했다며 양 전 대법원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작성된 법원행정처 문건에는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이 ‘박근혜 정부 관심 재판’으로 분류돼 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공작, 국가폭력 피해자 구제를 위한 국가배상, 쌍용차 해고, 통상임금 사건 등도 사법부와 정권의 거래 카드로 활용된 정황이 포착돼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고 재심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질 가능성이 높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법원이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해 사건을 협상카드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철저한 수사와 진상규명에 사법부도 예외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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