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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낮추고 더 편리하게”... 해외송금 시장 ‘춘추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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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낮추고 더 편리하게”... 해외송금 시장 ‘춘추전국’

입력
2018.05.30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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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시증은행의 10분의 1로”

인터넷 전문은행 경쟁 주도

카드사ㆍ핀테크 업체들 도전장

송금 서비스업 운영 기준 완화로

소액 해외 송금업체 18곳 달해

블록체인 활용 플랫폼 개발 등

시중은행도 ‘수성’ 위해 맞대응

직장인 박모(58)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들에게 매달 100만원의 용돈을 보낸다. 시중은행에서 송금하면 수수료가 대략 4만원. 은행 방문 외엔 돈을 보낼 마땅한 방법을 몰라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수수료를 물어온 박씨는 올해 초부터 송금일엔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지인의 추천으로 인터넷전문은행 해외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수수료가 5,000원으로 대폭 줄어들었고 은행에 가는 수고도 덜었다.

금융권의 해외송금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시중은행이 독식해온 시장에 인터넷전문은행을 필두로 카드사, 핀테크(IT기술을 접목한 금융서비스) 업체 등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 간 은행들은 국제 은행간 결제시스템인 ‘스위프트(SWIFT)망’을 이용해 해외송금 업무를 처리했다. 국내 은행에 돈을 입금하면 중개은행을 거쳐 외국 수취은행에 도달하는 방식인데, 각 단계별로 발생하는 수수료는 모두 소비자에게 부과됐다. 국내 은행에 내는 환전 및 송금수수료, 해외은행과 전신문을 주고받는 데 드는 비용인 전신료, 중개은행 및 수취은행에 내는 수수료 등이다. 송금액이 5,000달러면 수수료 비용이 많게는 5만~6만원이 발생하는 구조다. 더구나 송금 완료까지는 4~5일가량 소요된다. 국내 해외송금 시장 규모가 2012년 93억8,000만달러에서 2016년 103억5,000만달러로 늘었지만 송금 방식은 최근까지 큰 변화가 없었다.

해외송금 수수료 인하 경쟁의 포문을 연 것은 인터넷전문은행이었다. 특히 지난해 7월 출범 전부터 “해외송금 수수료를 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한 카카오뱅크는 현재 송금액 5,000달러 이하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5,000원으로 낮추며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해외송금 누적건수는 지난달 말 16만1,000건을 넘어섰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출시 초반엔 이용자 증가 속도가 완만했지만 사용이 편리하고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상승 곡선이 가팔라졌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도 출범 1년을 맞은 지난달 송금 액수와 상관 없는 단일 수수료(건당 5,000원), 대폭 간소화된 송금 절차를 내세우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카드도 지난달 카드사 중 처음으로 자사 회원을 대상으로 수수료 3,000원의 해외송금 서비스를 선보였다. 핀테크 업체들이 대거 해외송금 서비스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뜨거워진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소액 해외송금 업체는 3월 말 기준 18곳에 달한다. 지난해 7월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개정은 이들 업체의 시장 진입을 원활하게 했다는 평가다. 그간 금융사가 아니면 단독으로 해외송금 서비스를 운영할 수 없었지만, 시행령 개정으로 일정 요건(자기자본 20억원 이상, 외환전문인력, 외환전산망 연결 등)을 갖추면 건당 3,000달러 이하, 연간 2만 달러 한도에서 소액 해외송금업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해외송금 시장이 이처럼 춘추전국시대로 돌입한 데는 정보통신(IT) 기술 발달로 글로벌 금융망 이용이 용이해지고 송금 방법도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세계 주요국에 지점을 갖고 있는 씨티그룹과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결제망을 간소화해 전신료와 중개ㆍ수취수수료를 없앴다. 핀테크 업체들은 고객들의 해외송금 요청을 여러 건 모아 하루에 한번 보내는 ‘풀링’ 방식 등을 사용해 수수료를 대폭 낮췄다. 따로 송금했다면 각자 냈어야 할 수수료를 1회분으로 줄이고 이를 여러 명이 나눠내는 셈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보다 간편하고 빠른 해외송금 서비스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은 자회사인 코인원트랜스퍼를 설립하고, 블록체인 기업 리플과 ‘엑스커런트(xCurrent) 솔루션’ 도입 계약을 맺었다. 엑스커런트는 스위프트를 대체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차세대 해외송금 솔루션으로, 상용화될 경우 해외 송금 과정이 1시간 이내로 단축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코인원트랜스퍼는 올해 하반기 해외송금 서비스에 솔루션 적용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시중은행들도 대응에 나섰다. 상대방의 전화번호나 송금번호, 이름만 알면 간편하게 돈을 보낼 수 있는 간편 해외송금 서비스를 도입하는가 하면, 모바일 송금 수수료를 5,000~8,000원 수준으로 낮추며 수성에 나서고 있다. 신한ㆍKB국민은행 등은 글로벌 은행과 공동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국제 송금ㆍ결제 플랫폼 개발에도 나선 상태다. 주혜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은행권도 외화 사업 부문의 유지를 위해 해외송금 수수료 인하이나 비(非)가격경쟁력 개선에도 주력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시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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