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원ㆍ공정원 합동연례회의서
“국가 안전 위해 혁신 노력해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자국 과학자들에게 첨단분야 핵심기술의 발전 속도를 높이라고 거듭 주문했다. 미중 무역갈등의 한 축이었던 이른바 ‘ZTE 사태’를 겪으면서 기술 굴기(崛起ㆍ우뚝 섬)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9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중국의 최고 과학자 1,300여명이 모인 중국과학원과 중국공정원의 합동연례회의 개막식에서 “중국이 강성하고 부흥하려면 반드시 과학기술 발전을 힘차게 추진해 중국을 세계 과학의 중심이자 혁신의 정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관건 핵심기술의 자주화를 실현하고 혁신과 발전의 주동권을 쥐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특히 “현실이 입증했듯이 핵심기술은 마음대로 받을 수도 없고 살 수도 없고 구걸할 수도 없다”면서 “핵심기술을 자신의 손에 넣어야만 국가경제와 국방 안전, 국가의 안전을 근본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터넷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첨단기술의 융합을 통해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중국 산업이 세계 경제가치 사슬의 고점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 주석의 연설은 사실상 ZTE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첨단기술의 국산화를 서두르라는 촉구다. 중국 최대의 통신장비업체인 ZTE는 지난달 16일 미국 상무부가 북한ㆍ이란과의 거래를 이유로 자국 기업들과의 거래를 7년간 금지한다고 발표한 뒤 한 달도 되지 않아 미국 퀄컴 칩 등을 공급받지 못해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하는 등 존폐 위기에 몰렸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로 상황이 다소 호전되기는 했지만 중국 내에선 비슷한 상황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 발언을 첨단 전략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 제조 2025’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했다. 시 주석이 근래 각종 회의에서 기술 자립을 강조해왔고 전날에도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왕후닝(王滬寧) 중앙서기처 서기 등 최고지도부를 대거 참석시킨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미국은 보조금 지원 등이 공정 경쟁을 해친다며 중국 제조 2025를 문제 삼았지만 중국은 타협을 거부했고, 이에 따라 여전히 미중 무역갈등의 잠재적 뇌관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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