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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친구들이 다리에서 뛰어내릴 때마다 안타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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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친구들이 다리에서 뛰어내릴 때마다 안타깝죠”

입력
2018.05.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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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서울 마포대교 북단에서 만취한 채 뛰어내리려던 20대 초반 여성을 119 소방대원들과 영등포 여의도지구대 소속 경찰이 출동해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다(왼쪽). 마포대교 밑에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출동한 119 소방대와 한강경찰대 소속 순찰정 2대가 현장을 살피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마포대교 북단에서 만취한 채 뛰어내리려던 20대 초반 여성을 119 소방대원들과 영등포 여의도지구대 소속 경찰이 출동해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다(왼쪽). 마포대교 밑에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출동한 119 소방대와 한강경찰대 소속 순찰정 2대가 현장을 살피고 있다.

“만취한 상태로 마포대교 북단에서 뛰어 내리려던 신원 미상의 20대 초반 여성을 지나가는 행인이 119에 신고했답니다. 공동 대응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지난 25일 오후 4시35분, 서울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는 숨가쁘게 돌아갔다. PC 모니터에 뜬 메시지를 신속하게 전한 정영호(47) 경감의 지시에 김태완(33) 경사와 이창연(34) 순경은 즉시 출동했다. 25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지구대원들은 마포대교 벤치에 눕혀진 이 여성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마포대교 아래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119 소방대와 한강경찰대 소속 순찰정 2대가 출동해 있었다.

“약을 복용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순찰차에 동승한 기자에게 김 경사는 사고 정황을 설명했다. 여성을 태운 119 구급차량과 순찰차가 서울 중앙대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25분. 지구대원들과 환자가 실랑이를 벌였다. “보호자에게 알려야 하는 데, 만취한 여성의 스마트폰 잠금 해제가 쉽지 않아요. 지금으로선 술이 깨고 마음이 풀릴 때까지 달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동안 수많은 투신 현장에 출동하면서 얻은 지구대원들의 경험이었다. “친구들이 모두 나를 무시했다”며 응급실에서 울며 고성을 질렀던 여성은 40분에 걸친 지구대원의 다독임 끝에 스마트폰을 잠금 해제했다. 사건 발생 이후 약 2시간 만에 보호자에게 연락이 닿으면서 일이 마무리될 수 있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 대원들이 25일 마포대교에 설치된 투신 방지용 철조망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 대원들이 25일 마포대교에 설치된 투신 방지용 철조망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하루 평균 3~4번 투신 현장 출동

“이젠 익숙하지만 씁쓸하네요.”

큰 사고 없이 일단락 됐지만 지구대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하루 평균 3~4 차례의 투신 현장 출동은 지구대원들의 마음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현장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열등감이나 자격지심 같은 심리적인 요인이 대부분 투신의 원인입니다. 솔직히 말해 저희 같은 경찰이 감당하기엔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투신을 막아야 할 긴박한 순간이나 구조를 통해 목숨을 건진 이후에도 투신 시도자들에겐 경찰 보다는 전문 심리 상담사가 더 필요하다는 게 지구대원들의 생각이다. 지구대원들은 틈틈이 인터넷 등을 통해 심리 상담 요령에 대해 살펴보고 있지만 전문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예년에 비춰볼 때 여름철로 접어드는 다음달부터 투신 시도자들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걱정은 더해간다.

김 경사와 이 순경은 잦은 투신 현장 출동으로 업무가 몰리는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도 컸다. “저희 지구대에 순찰차가 총 4대 있거든요. 그런데 투신 신고나 협조 요청이 들어오면 현장에 최소 2대가 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사무실에선 다른 업무를 제대로 하기 어려워요. 우리가 자리를 비우게 되니 그 만큼 동료들이 힘들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 이날 마포대교 북단 사고 현장엔 순찰차 2대에 4명이 출동했다.

SOS생명의전화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한강교량 가운데 ‘투신 1위’ 오명이 붙은 마포대교의 경우 지난 2011년7월~2017년12월 투신 시도자 누적 상담건수가 4,534건에 달해 전체 상담건수의 약 70%나 됐다. 투신 예방을 위해 설치된 ‘SOS생명의전화기’는 마포대교 등을 20개 교량에 75대가 설치, 운영 중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 대원들이 지난 25일 마포대교에 설치된 ‘SOS생명의전화’를 점검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 대원들이 지난 25일 마포대교에 설치된 ‘SOS생명의전화’를 점검하고 있다.

“실질적 도움 주지 못해 안타까워”

지구대원들에겐 투신 기도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잖아요. 마음을 달래서 보호자에게 인계하는 게 전부거든요. 착잡합니다.” 김 경사는 투신 현장 출동 직후, 찾아오는 허탈함과 무력감이 지구대원들에겐 가장 힘들다고 했다. 가정 폭력부터 아동학대와 집단 따돌림, 우울증, 결혼과 취업, 경제적인 문제 등 투신 기도자들의 다양한 고민을 지구대원들이 해결해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나마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이 ‘작은 관심과 인정’이란 걸 알아낸 게 위안거리다. “저희도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아 생각해 낸 게 투신하려 했던 사람들에게 ‘안부 문자 보내기’였습니다. 이후 별일 없이 잘 지내는지, 건강은 어떤지, 지극히 평범하고 간단한 문자에도 반응이 꽤 좋았습니다.” 지구대원들의 이런 관심은 투신 시도가 많은 마포대교에 약 1m 높이의 투신 방지용 철조망 추가 설치로도 이어졌다.

구조대원들은 투신 기도자들에게도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병원 응급실에서 20대 초반 여성의 마음을 끈질긴 설득 끝에 열 게 만든 것도 이런 신념에서다. “속에 있는 말을 이야기해볼래? 다 들어 줄게. 오늘만 지나면 괜찮아 질거야. 넌 충분히 잘 할 수 있어. 그럴만한 자격이 있으니까.”

글ㆍ사진=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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