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항은 출국대기장을 마치 ‘제 안방’처럼 드나드는 이 사람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연예인의 찍사팬 ‘홈마’들 때문인데요. 스타의 인생샷을 위해선 촬영 금지 구역까지 서슴없이 침범한다는 이들의 모습을 한국일보가 취재했습니다. 박지윤 기자
지난 14일 인천국제공항 출국 대기장. 탑승을 기다리고 있는 유명 아이돌 그룹 주위로 일명 ‘대포 카메라(전문가용 고성능 카메라)가 줄줄이 등장합니다. 대충 헤아려 봐도 수십 명.
찰칵 찰칵 찰칵! 금세 사방은 요란한 셔터음으로 소란스러워집니다. 이들은 아침부터 공항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스타가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바삐 따라붙으며 카메라를 들이댔는데요.
연예부 기자인 걸까. 파파라치인 걸까. 둘 모두 아닙니다. 이들은 연예인 사진을 직접 찍어 온라인 홈페이지, SNS에 올리거나 판매하는 일명 ‘홈마(홈페이지 마스터)’입니다.
요즘 공항은 바로 이들의 극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데요. 공항 내를 활보하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려대는 통에 항공사와 다른 승객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공항은 연예인 일상을 사진에 담으려는 홈마들이 특히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납니다. 자연스러운 모습과 ‘공항 패션’으로 한껏 꾸민 모습까지 한 번에 담아낼 수 있기 때문!
유명 홈마의 경우 이런 '고퀄리티' 사진들을 모아 화보집을 직접 만들어 팔기도 합니다.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수입을 얻기도 한다는 데요.
문제는 선을 넘어서는 행동입니다. 일부 홈마들은 연예인과 비슷한 시간대 항공권을 구입해 공항 안까지 따라갑니다. 보안검색대와 출입국심사대 등 촬영 금지 보안구역에서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곤 하는 것.
심지어는 고가 검색장비가 올려진 테이블에 올라가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항공보안법'에 따르면 법적 처벌 대상이지만 실제로는 주의 수준에 그칠 뿐이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은 공항 직원들의 제지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있습니다.
스타에게 따라붙어 사진을 다 찍은 다음엔 항공권을 탑승 직전에 취소합니다. 항공사마다 다르지만 대개 구매 당일 취소한 항공권에는 환불수수료가 붙지 않기 때문인데요.
정작 비행기를 타야 할 고객에게 피해를 입는 것. 특히 탑승 직전에 취소할 경우 항공사 직원이 이들의 재입국심사, 보안검색, 환불 절차를 모두 동행하도록 돼 있어 불필요한 인력낭비까지 발생합니다.
애꿎은 사람들이 입는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이들을 사전에 막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당일 환불을 해야 하는 일반 고객도 있어 항공권 취소 자체를 금지하는 건 아무래도 힘들죠.”
팬들은 이 같은 극성 홈마들 행태에 반감을 드러냅니다. 공항 내 사진 촬영 금지 룰을 정해 공유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상당수 홈마들은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고 싶어 하는 팬들 심정을 대리 충족해주는 것”이라며 문제없다는 반응입니다.
공항 안전에 위협이 되는 연예인 촬영 문화, 과연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원문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제작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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