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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일격 당한 중국, 남중국해 문제로 분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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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일격 당한 중국, 남중국해 문제로 분풀이

입력
2018.05.28 16:4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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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함정 2척 ‘항행의 자유’ 작전에

중국 국방부 외교부 동시 강력 반발

“북미회담 취소 소동 영향” 관측

미국 해군의 순양함 앤티텀호. 위키피디아
미국 해군의 순양함 앤티텀호. 위키피디아

중국이 자국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에서 미국이 또 다시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이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이번엔 국방부와 외교부 등 관련부처가 총출동했다. 북미 정상회담 취소 파동 과정에서 미국에 일격을 당한 중국이 남중국해 영토주권 수호를 명분으로 추락된 위신 회복을 꾀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미국 해군 함정 2척이 전날 남중국해 시사(西沙)군도 중국이 구축한 인공섬에 12해리 이내로 접근한 것에 대해 “미국은 중국의 영토주권을 침해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루 대변인은 그러면서 “미국이 또 다시 군함을 보내 중국의 고유 영토인 시사군도 영해에 진입할 경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첸(吳謙) 중국 국방부 대변인도 미국 군함의 이번 항해를 “중국의 주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규정한 뒤, “국가의 안전과 주권을 수호하려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결심과 의지는 확고부동하다”고 강조했다.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중국의 반발은 전날 시행된 미 해군의 항행의 자유 작전을 겨냥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미 해군의 유도미사일 구축함 히긴스호와 순양함 앤티텀호는 전날 시사군도 내 일부 인공섬과 암초의 12해리 이내로 접근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전개했다. 로이터통신은 “수개월 전에 계획된 일상적인 기동작전이라는 게 미군의 설명”이라고 전했지만, 중국은 이례적으로 국방부와 외교부가 함께 나서서 미국을 맹비난했다.

이는 중국이 최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전환 논의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엄포로 본의 아니게 제3자 위치로 떠밀린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두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입지를 넓히는 듯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때 강경 모드도 돌아서게 된 배후로 지목하며 정상회담 취소 소동을 벌인 뒤에는 본의 아니게 주변부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망신을 당한 중국으로서는 명분이 뚜렷한 영토주권을 앞세워 미국에 맞대응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번 미군의 작전 지역에는 중국이 최근 전략폭격기 훙(轟ㆍH)-6K의 이착륙 훈련을 실시하는 등 남중국해 인공섬 군사기지화의 전초기지로 삼고 있는 융싱다오(永興島ㆍ우디섬)가 포함돼 있다. 미국이 남중국해 군사 기지화를 이유로 내달 열리는 환태평양훈련(림팩) 초청을 취소했던 점까지 감안하면 중국 입장에선 이번 전투함정의 접근을 사실상 미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실효적 지배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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