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간 교편 잡았던 이양자씨
“육성회비 못 내 울었던 어린아이
꿈꾸게 해준 모교 발전 기원”
50여년 전 등록금 미납으로 교실에서 쫓겨났던 여중생이 교사생활을 하면서 받은 퇴직수당 중 1억원을 모교인 부산대에 기부했다.
주인공은 부산대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38년간 학교에서 교편을 잡아 왔던 이양자(69ㆍ여)씨. 부산대는 이씨가 퇴직수당 중 1억원을 지난 24일 모교의 발전기금으로 출연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씨는 이날 전호환 부산대 총장에게 발전기금을 전달하면서 “38년간 교사생활을 한 사람이 무슨 돈이 많아 기부하겠느냐”라며 “그러나 꿈을 실현할 기회를 준 모교인 부산대 발전을 기원하면서 이렇게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부산여고를 졸업하고 1969년 부산대 사범대 가정교육과에 입학했다. 이후 1973년부터 38년간 서울에서 교사생활을 하다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수서중 교장을 마지막으로 교직에서 은퇴했다. 이씨는 “부산 영도에서 보낸 어린 시절에는 너무 가난해서 먹고 입는 것을 해결할 길이 없었다”며 “초등학교 때는 육성회비 미납으로 선생님께 혼났고, 중학교 때는 등록금 미납으로 중간고사 시험 치는 날 교실에서 쫓겨나면서 참 많이 울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이씨는 형편이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겪었음에도 “비록 모자라더라도 가진 것을 나누고 매사에 감사했던 할머니와 매일 힘들게 일하는 지게꾼이면서도 모은 돈을 지역 초등학생에 장학금으로 쾌적하던 양아버지가 인생의 큰 나침반이 됐다”며 “과거엔 남을 도우려면 내가 가진 것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할머니와 양아버지를 보고 나도 인생관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2010년 정년퇴직 하면서 받은 퇴직금 중 1억5,000만원에서 일부를 미얀마, 탄자니아 등지에 깨끗한 물 공급을 위한 우물파기 사업과 학교 짓기에 후원했고, 이번에 모교인 부산대 발전기금으로 1억원을 출연했다.
이씨는 “평생 ‘거짓 사랑은 혀끝에 있고 참사랑은 손끝에 있다’란 말을 좌우명으로 새겨 왔는데, 내가 부산대에 감사한다면 뭔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모교를 사랑하는 이런 마음이 동문에게 널리 퍼져 부산대가 어느 대학보다 동문의 관심과 사랑으로 넘쳐나는 명문대학으로 거듭나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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