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무산 스님(필명 오현 스님)의 입적 소식에 “살아계실 때도 생사일여, 생사를 초탈하셨던 분”이라며 “막걸리 한잔 올린다”고 애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가에서 ‘마지막 무애도인’으로 존경받으셨던 신흥사와 백담사 조실 오현 스님의 입적 소식을 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현 스님은 지난 16일 승납 60년, 세납 87세로 입적했다.
문 대통령은 시조시인으로도 알려진 스님과의 인연을 회고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그의 한글 선시가 너무 좋아서 2016년 2월 4일 ‘아득한 성자’와 ‘인천만 낙조’라는 시 두 편을 페이스북에 올린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제야 털어놓자면 스님께선 서울 나들이 때 저를 한 번씩 불러 막걸리잔을 건네주시기도 하고 시자 몰래 슬쩍슬쩍 주머니에 용돈을 찔러주시기도 했다”며 “물론 묵직한 ‘화두’도 하나씩 주셨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언제 청와대 구경도 시켜드리고, 이제는 제가 막걸리도 드리고 용돈도 한 번 드려야지 했는데 그럴 수가 없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얼마 전에 스님께서 옛날 일을 잊지 않고 ‘아득한 성자’ 시집을 인편에 보내오셨기에 아직 시간이 있을 줄로 알았는데, 스님의 입적 소식에 ‘아뿔싸!’ 탄식이 절로 나왔다”고 썼다.
문 대통령은 “스님은 제가 만나뵐 때마다 늘 막걸리잔과 함께였는데 그것도 그럴듯한 사발이 아니라 언제나 일회용 종이컵이었다”며 “살아계실 때도 생사를 초탈하셨던 분이었으니 ‘허허’하시며 훌훌 떠나셨을 스님께 막걸리 한 잔 올린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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