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미회담 취소 서한 이후
북한 김영철 채널 통해 회담 제안
청와대, 결정 과정 미국과 긴밀한 협의
안보라인 제외하고 극비리 준비
의전ㆍ경호 등 논의 최소화하고
송인배ㆍ윤건영ㆍ주영훈 3명만 수행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6일 2차 남북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제안에 따라 제안 하루 만에 전격 성사됐다. 특히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서한을 보낸 25일부터 2차 남북 회담 당일인 26일 오전까지 세 차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개최할 만큼 긴박하게 움직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기자회견에서 “4ㆍ27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 이행과 6ㆍ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준비과정에서 약간의 어려운 사정들이 있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요청해왔다”고 2차 남북 정상회담 성사 배경을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 제안은 25일 오후 서훈 국정원장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간 연락 채널을 통해 접수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그제(25일)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과, 남북 관계를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후속조치 방안에 관한 협의가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북측(김영철)이 김 위원장의 구상이라면서 격의 없는 소통을 갖는 방안을 제시해왔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기까지 25~26일 이틀 동안 세 차례의 NSC 회의가 있었다고 한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서한을 보낸 직후인 25일 0시 문 대통령 주재로 NSC 회의를 개최하고 북미 정상회담 위기 상황을 논의했다. 이어 25일 오후 3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 NSC 회의를 열고 북미 정상 간 직접 소통을 촉구했다.
특히 청와대는 26일 오전 비공개 NSC 회의를 열고 2차 회담을 최종 조율했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관련 장관 협의를 거쳐 대통령께 건의를 드렸고 대통령께서 승낙을 하셨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는 관계자는 “26일 오전에도 NSC 회의가 개최됐다”고 했다. 25일 오후부터 북측과 실무 논의를 벌인 후 26일 오전 NSC 회의에서 판문점행 점검을 끝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하루 사이 미국 측과도 긴밀히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
회담 준비는 철저한 보안 속에서 이뤄졌다. 외교안보라인을 제외한 청와대 참모들도 회담 전후에야 회담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회담이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진 탓에 의전ㆍ경호ㆍ보도 논의도 최소화됐다. 청와대 수행 인력이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과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주영훈 경호처장 셋으로 간소화된 게 대표적이다.
다만 청와대가 2차 회담을 ‘사후 공개’하면서 회담의 절차와 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북측의 형편 때문에 오늘(27일) 보도할 수 있다고 하면서 우리도 오늘 발표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을 하루 뒤 공개하는 북측의 보도 사정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어제 회담 사실만 먼저 알리고 논의 내용은 오늘 따로 발표하게 되었다는 점에 대해서 양해 말씀을 구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북미 정상회담 무산 신호가 나오며 북미 정상을 회담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4월 27일 김 위원장을 만난 문 대통령은 이달 22일 미국 워싱턴으로 날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 이어 나흘 후인 26일에는 다시 김 위원장을 만나 북미 중재 역할을 했다. 특정 정부에서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