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담배보다 냄새나 유해물질이 적다며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를 피우는 흡연자가 크게 늘고 있다.
담배시장에서 가열담배 비중이 지난해 12월 6.1%에서 올해 1월 9.1%로 늘어났다(기획재정부). 지난해 국내에 첫 선을 보인 가열담배는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BAT코리아의 글로, KT&G의 릴 등이 나와 있다.
일부 흡연자는 가열담배를 금연 목적으로 피워도 된다고 오인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다. 그러나 가열담배는 중독을 부추기는 ‘또 다른 담배’일 뿐 니코틴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금연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정신중독의학회(이사장 이상규)는 3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금연의 날’을 맞아 “가열담배는 또 다른 담배에 지나지 않는다”며 “니코틴 중독은 가열담배가 아니라 금연치료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학회는 “니코틴은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담배를 끊기 어렵게 만드는 담배중독(담배사용장애)의 주원인”이라며 “담배회사와 관련없이 연구된 결과에 따르면 기존 담배와 가열담배의 니코틴 농도가 거의 비슷했다”고 했다.
학회는 또 간접흡연으로 흡입되는 가열담배에 의한 에어로졸의 니코틴 농도도 기존 담배와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따라서 “가열담배도 기존 담배와 마찬가지로 니코틴 중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학회는 설명했다.
심지어 일부 가열담배에는 비인두암, 골수성 백혈병 발병과 연관된 포름알데히드가 74% 포함돼 기존 담배와 비슷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담배회사와 관계없는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이코스에는 비인두암과 골수성 백혈병 발병과 연관된 포름알데히드가 기존 담배의 74%를, 살충제 원료로 사용되는 아세나프텐은 기존 담배보다 3배나 더 많이 포함하고 있다.
학회는 “게다가 전자담배를 첫 담배로 시작한 청소년이 흡연하지 않는 청소년보다 이후에 기존 담배를 피울 위험이 3배 높다는 연구결과를 고려하면 다양한 연령대와 흡연상태를 반영한 객관적 연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전자담배와 가열담배를 흡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금연의 한 가지 방법이라고 여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노성원 학회 학술이사(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흡연으로 인한 건강 위험을 줄이는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은 금연치료 뿐"이라며 “다른 담배에 지나지 않은 가열담배를 피울 것이 아니라 확실하고 정확하며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되는 금연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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