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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식 ‘반전’의 연속…꺼져가던 북미회담 불씨 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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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식 ‘반전’의 연속…꺼져가던 북미회담 불씨 회생

입력
2018.05.25 17:4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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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관-최선희 대미 비난 성명

회담 취소 명분 삼았다 돌변

회담 수락 발표도 한국에 맡겨

만일 대비 책임전가 구실 만들어

문대통령 칭찬 다음날 회담 취소

“북한 못지않은 벼랑끝 전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백악관에서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백악관에서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전격적인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로 세계를 놀라게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루 만인 25일 다시 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될 수도 있다고 밝힌 것은 그가 기존 미국 대통령들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대통령이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국익을 추구하더라도 의회ㆍ언론ㆍ국제사회 평판 등을 의식하면서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하는 게 외교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개의치 않고 철저히 이익만을 따진다는 사실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의제조율을 위한 북한과의 줄다리기에서도 그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났다가, 상대방의 양보를 받아낸 뒤 복귀하는 특유의 벼랑끝 전술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취소 명분으로 ‘극도의 분노와 적개심을 드러낸 (북한의) 성명’을 들었지만, 70년 만에 성사된 북미 정상 간 담판을 3주 남긴 시점에서 취소한 명분치고는 사소하다. 이는 대선 공약인 ‘남쪽 국경장벽’ 건설과 관련, 멕시코와 갈등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대선 후보 시절 멕시코에 비용을 전가시키겠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국경 장벽 건설 비용을 못 낸다고 하면 당신들과 만나고 싶지 않다”고 쏘아붙였다. 미국 대통령은 임기 시작 직후 인접국인 멕시코를 방문하는 게 관례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년이 지나도록 멕시코를 찾지 않고 있다. 러스트벨트 지역 노동자들의 지지라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는 설득력이 있건 없건 벼랑 끝 전술을 밀어붙이는 방식은 트럼프 대통령의 특기다.

면전에서는 상대를 칭찬하지만, 뒤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철저히 챙기는 행태도 반복된다. 친한 듯하면서도 속으로 딴 마음을 품는 전형적인 구밀복검(口蜜腹劍) 행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은 문 대통령이 대통령이어서 행운”, “문 대통령에 엄청난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극찬했지만 불과 하루 뒤 일언반구도 없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일본도 비슷한 일을 겪은 바 있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되자 ‘재팬 패싱’ 우려로 다급해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달 미국을 찾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ㆍ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고율관세 대상국에서 일본을 빼주지 않았다. 일본 국민에게 ‘트럼프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라고 자랑했던 아베 총리로서는 일종의 망신을 당한 셈이다.

손해 볼 것 같으면 미리 책임을 회피할 구실을 준비해 놓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동에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8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하면서 이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해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발표토록 했다. 당시에도 일이 잘못될 경우 한국 정부에 책임을 전가할 구실을 만들어 두기 위한 포석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자신의 저서 ‘협상의 기술’에서 협상 성공을 위해 ‘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고 한 원칙을 재현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스타일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대통령은) 완전히 전혀 딴 세계에서 온 외계인 비슷한 대통령”이라며 “북한 못지 않게 더 강력한 벼랑 끝 전술을 쓰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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