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유럽 정상들 회담 재개 촉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자 중국은 조심스레 회담 재개를 촉구한 반면 일본은 북한을 비난하며 미국을 두둔했다. 유엔과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일제히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은 25일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 추진에 관건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면서 “북미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상대의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 대변인은 이어 미국과 북한 모두 회담의 여지를 열어뒀음을 강조한 뒤 “북미 양측은 최근에 거둔 적극적인 진전을 귀히 여기고 선의를 유지하면서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거듭 촉구했다.
중국의 신중한 반응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강경모드 배후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지목한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배후론’이 북미 회담 무산 책임론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와 관변학자들도 약속이나 한 듯 북미 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반면 러시아를 방문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 핵ㆍ미사일 문제, 특히 납치 문제에 진전이 있는 (북미) 회담이어야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도 “북한이 회담을 꼬투리로 여러 게임을 시도해왔다”고 비난한 뒤 “회담을 해도 성과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 언론들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재개 등에 따른 한반도 정세의 악화 가능성을 우려하며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북한의 태도에 따라 북미 간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고, 아사히(朝日)신문은 사설에서 “일정에 연연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요국과 국제기구 정상들은 하나같이 안타까움을 표하며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실망스럽다”면서 “파트너들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심히 유감이며 북미가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탈출구를 다시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취소에도 불구하고 핵확산 방지 절차는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약속을 다 실행하고 있다”고 편을 든 뒤 “대화가 재개되고 회담이 성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