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불출석사유서 제출… “재판 거부는 아니다”
형사소송법상 ‘선별적 출석’ 불가능해 연기 가능성 높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선별적으로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25일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이 전 대통령을 접견한 뒤 “증거조사 기일 중 재판부가 대통령께 묻고 싶은 것이 있는 날을 제외한 나머지 기일에는 안 나갔으면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첫 공판에 출석한 뒤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했다며 건강 상태를 고려해 검찰이 제출한 증거의 내용을 설명하는 조사기일에 불출석하고 싶다”고 했다.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불출석사유서를 직접 작성해 재판부에 제출하도록 조언했고 이 전 대통령은 이에 따르기로 했다고 한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이 재판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강 변호사는 “대통령의 진심은 언제든 법정에 나가 진실이 무엇인지 검찰과 다투겠다는 뜻”이라며 “법원이 확인하고 싶은 게 있으니 출석해 달라는 요청을 변호인을 통해 하면 그 기일에는 출석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쯤 법원에 직접 작성한 사유서를 제출할 전망이다.
법조계에선 이 전 대통령의 의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경우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공판을 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같은 법에서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 궐석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을 전면 거부하고 출석하지 않는 건 이 규정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요청하는 선별 출석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법원 관계자는 “현재로선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황으로 인정하기 힘들어 보여 (이 전 대통령이) 불출석하면 재판을 연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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