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가 낙태 허용을 위한 헌법 개정을 놓고 25일(현지시간)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투표 하루 전인 24일 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곳곳에서는 찬반 진영이 막바지 캠페인에 열을 올렸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낙태 찬성이 박빙의 우세를 보이나, 6명 중 1명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번 국민투표는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 예외 없이 낙태를 금지한 1983년 수정 헌법 8조를 폐기할지 여부를 묻는 것이다.
뱃속에서 수정한 순간부터 태아와 임신부에 동등한 생존권을 부여한 수정 헌법이 발효된 이후 약 17만 명의 임신부가 영국 등에서 '원정 낙태'를 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투표는 오전 7시부터 시작해 밤 10시까지 이어진 뒤 주말 저녁에나 결과가 나올 예정이지만, 대서양연안의 원격지 12곳에는 사전 투표 절차가 개시됐다.
낙태를 금지하는 헌법 조항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의사 출신의 레오 바라드카르 총리는 "법을 바꾸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으라"며 투표를 독려했다.
낙태 찬성단체인 '투게더 포 예스'(Together for Yes)의 간부인 앨바 스미스는 "낙태금지는 잔인한 행위이고 당장 끝내야 하는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며 투표결과에 대해 낙관적으로 예상했다.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금지 조항이 폐지되면 아일랜드 정부는 임신 초기 12주 동안에는 아무런 제약 없이 낙태를 허용하고, 12∼24주 사이에는 예외를 두는 방안을 입법화할 예정이다.
이러한 정부의 방침을 두고 낙태 반대론자들 사이에서는 마치 '요구불 낙태'(abortion on demand)같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낙태 반대단체인 '러브 보스'(Love Both) 소속의 케이티 에스코프(21)는 "아일랜드 국민은 이러한 극단적인 제안을 거절할 것"이라며 "건강한 엄마와 아기들을 위한 더 좋은 정책을 펼치도록 정부에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낙태 찬성 캠페인에 참가한 새라 모나한이라는 여성은 "아일랜드 사람들은 그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무언가를 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면서 "이제 그들의 손에 달렸다"고 말했다.
모나한은 "우리가 한 것은 오랜 세월 이러한 문제 때문에 생긴 수치와 오명들을 털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일랜드는 3년 전인 2015년 5월 세계 최초로 국민투표를 통해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투표 찬성률은 62.1%였다.
당시 보건장관으로서 투표를 앞두고 자신이 동성애자(게이)라는 사실을 밝혀 주목을 끌었던 바라드카르 총리는 투표결과에 대해 "시민혁명 같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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