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8%↓…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
소득 하위 20% 가구의 올해 1분기 월평균 소득이 역대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근로소득 감소폭 역시 사상 최대였다. 특히 이들 가구의 벌이 감소는 저소득층의 주요 생업인 서비스업ㆍ건설업 일용직이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줄어든 것과 관련 있다는 역설적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제적 취약계층의 소득 수준을 개선하겠다는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되레 저임금 일자리를 위축시켜 저소득층의 빈곤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128만6,700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 급감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래 1분기 기준으로 최대 감소폭이다. 가구 주수입원인 근로소득(47만2,900원)과 사업소득(18만7,800원)은 각각 13.3%, 26.0% 줄었는데 역시 사상 최대 감소폭이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16.4%) 단행에도 저소득 계층의 경제상황이 악화되자 정부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후 이례적으로 소득지표 악화의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도규상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소득 1분위 가구주 중 70대 이상 가구주의 비율도 지난해 1분기 36.7%에서 올해 1분기 43.2%로 증가했다”며 “(소득 1분위 가구 중)은퇴한 무직자나 고령의 일용직 노동자 비중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근로소득이 없거나 저임금 일용직으로 생계를 잇는 노년층이 1분위에 대거 편입되면서 해당 분위의 소득 지표도 후퇴했다는 논리다. 기재부는 아울러 도ㆍ소매 및 숙박ㆍ음식점업, 건설업 등 일용직 일자리가 많은 업종들의 고용 상황이 악화돼 노인 소득 수준이 더욱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갈등으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급감, 건설수주 감소로 인해 고령층이 취직할 만한 노동시장이 쪼그라들었다는 분석이다.
노인 빈곤층 증가를 저소득 가구의 소득 감소와 결부한 정부의 설명은 그러나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지목한 업종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전후로 취업자가 감소하고 있는 업종이라 고령화보다는 최저임금 변수가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나온다. 연령대와 무관하게 ‘최저임금 인상→고용시장 위축→소득 감소’로 저소득계층의 형편이 나빠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1분기 소득분배 지표만 보고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논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고용시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감소가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 국장은 “아직까지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 감소에 미친 영향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분배 지표 악화가 계속될 경우 오는 7월 최저임금 인상폭 결정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명목소득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총소득은 1,015만1,700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3% 늘었는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근로소득(765만1,800원)과 사업소득(167만1,400원)도 각각 12.0%, 17.3% 늘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기업 이익 급증으로 대기업 임원 등 고소득 가구주가 실적과 연계된 상여금을 많이 받아 1분기 소득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1분기 가구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1분위 가구 대비 5분위 가구 처분가능소득)은 5.95배로 치솟았다. 2003년 통계 집계 이래 1분기 기준으로 최대치로, 이 지표가 높을수록 소득분배 정도가 악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전국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476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7% 증가했다. 물가 변동분을 제거한 실질소득은 전년동기보다 2.4% 늘어난 458만1,500원으로, 2분기 연속 증가했다. 실질소득은 2015년 2분기 이후 9분기 연속 늘지 않다가 지난해 4분기(1.6%) 증가로 돌아섰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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