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업체와 협의 없이 발표
9개 브랜드 할인혜택 안 늘려
환경부가 24일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21곳과 자발적 협약을 맺고 텀블러 이용 시 10% 수준의 가격을 할인해주는 등 일회용품 줄이기와 재활용 촉진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달 중순 발표했던 재활용품 종합대책 중 하나를 구체화한 것이다.
하지만 애초 발표와 달리 10% 할인혜택을 주기로 한 곳은 엔제리너스 등 일부에 불과하다. 커피전문점 1, 2위인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를 포함해 16개 커피전문점 중 9개 브랜드는 원래 시행중인 300원 할인혜택을 그대로 제공키로 했다. 요란했던 발표에 앞서 환경부가 업계와 구체적인 협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날 16개 커피전문점ㆍ5개 패스트푸드점, 자원순환연대와 플라스틱컵 재질 단일화와 다회용컵 사용 혜택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참여 업체는 2013년 17곳에서 21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환경부는 업체별로 가격할인, 쿠폰제공 등 다르게 제공하던 텀블러 사용 고객에 대한 혜택을 가격할인 제도로 통일하고, 음료 판매액의 10% 수준의 할인 혜택을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아메리카노(대표 커피전문점 가격 4,100원)의 경우 할인 혜택이 10% 수준인 400원으로 오르는 곳은 엔제리너스와 크리스피크림도넛 뿐이다.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커피빈 카페베네 파스쿠찌 등 매출 기준 상위권에 있는 대부분 브랜드의 할인 혜택은 이전과 동일하게 300원이다.
환경부는 또 매장 내에서 머그컵 등 다회용컵을 우선 제공하고 이를 이용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권장했다고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혜택 내용이 빠져 있고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등은 이 같은 혜택을 검토하지 않고 있어, 다회용컵 이용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실질적 혜택도 기대보다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당초 발표보다 반쪽 혜택에 그치게 된 것은 환경부가 당초 업계와의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10% 수준의 할인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정거래법 상 본사가 지침을 내려도 가맹점주에 의무를 부과할 수는 없기 때문에,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이나 특수상권(고속도로 휴게소, 놀이공원, 한강공원 등) 점포 등 일부 매장은 여전히 할인 혜택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자발적 협약에 따라 재활용 비율은 높아질 전망이다. 21개 업체들은 플라스틱 재질을 단일화하고 재활용하기 힘들었던 유색종이컵은 자제하기로 했다. 또 지금까지는 권고사항이던 전문 재활용업체를 통한 회수와 재활용을 의무화하고 주요 대로변과 공원에 컵 모양의 수거함을 설치해 일회용 컵 회수율을 높이기로 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