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없이 관리처분 인가 등 속도
시공사 선정ㆍ계약조건 등 잇단 갈등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난관을 겪고 있다.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폭탄에 이어 조합 내부 갈등으로 엎친데 덮친격이다. 충분한 논의 없이 속도를 낸 탓에 조합원간 갈등이 뒤늦게 불거진 것으로, 사업이 좌초될 경우 재건축 시장 전체가 흔들릴 위기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한신4지구 조합원 6명이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조합을 상대로 시공사 선정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조합은 지난해 10월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는데 GS건설이 1,500억원가량의 공사비를 누락해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1ㆍ2ㆍ4주구도 조합원 간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조합원 352명은 1월 서울행정법원에 관리처분계획 총회 결의 무효 확인소송을 냈다. 조합이 분양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약속했던 특화설계 등 계약조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도 시공사인 대우건설 교체를 추진 중이며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 역시 시공사 선정 무효를 주장하는 내용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들 단지는 모두 지난해 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관할구청에 서둘러 접수하면서 환수제를 피한 곳이다. 사업시행 인가에서부터 관리처분계획 인가 접수까지의 소요 시간을 절반 가까이 단축하는 등 사업을 빠르게 진행했다. 반포주공 1단지의 한 조합원은 “당시에도 여러 잡음이 있었으나 환수제를 피해야 한다는 목적 아래 사업을 빠르게 진행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 뒤탈이 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환수제 사정권에 들어선 단지들은 사업 추진 여부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최근 반포현대 아파트의 환수제 부담금 예상액이 1억3,569만원이나 산정되자 아직 재건축 초기 단계인 단지들은 사업 속도를 조절하는 모양새다.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를 비롯해 6ㆍ7단지 등은 추진위원회 설립을 연기했다. 부담금 산정 기준이 되는 개발이익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추진위 설립을 늦추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무더기로 재건축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할 때부터 이 같은 혼란이 예고됐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규모가 큰 단지들은 수억 원의 부담금이 통보될 가능성이 높아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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