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마라톤 선수 네이선 레이
108㎞ 달리며 GPS로 코스 기록
시민들 뜨거운 호응… SNS서도 화제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 자살폭탄 테러 1주기를 맞아 한 마라톤 선수가 희생자 추모를 위해 위치추적시스템(GPS)을 활용한 하트 모양의 ‘헌사’를 남겼다.
23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마라톤 선수인 네이선 레이(37)는 전날 오전 7시30분 영국 프로축구 리그(EPL)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에서 자신만의 ‘추모 마라톤’을 시작했다. 맨체스터왕립병원과 위든쇼병원, 샐포드왕립병원, 테러 발생 장소인 맨체스터 아레나를 지나 이튿날 새벽 1시쯤 에티하드 스타디움에 도착할 때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곤 쉼 없이 총 67마일(108㎞)을 달렸다. 또 달리는 동안 자신의 궤적을 GPS로 기록했다. 마라톤 도중, 영국 내 응급 의료 헬리콥터 후원 모금활동을 펼쳐 시민들로부터 3,000파운드(432만원) 이상을 모으기도 했다.
레이가 달린 코스를 기록한 GPS 이미지는 바로 하트 모양이었다. 그는 “당초 맨체스터의 상징인 꿀벌 모양을 GPS로 기록하려 했는데 도로 사정상 불가능했다”며 “희생자들에게 마음(heart)을 담은 편지를 보내는 게 더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비극의 현장인 맨체스터 아레나에 사건 발생 시간인 10시31분에 정확히 맞춰 가려 했으나 계산 실수 탓에 1시간쯤 늦은 11시30분에 도착한 그는 당시 심경에 대해 “너무나 먹먹해서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고 전했다.
시민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레이는 “여섯 살 소년 알피는 300m 정도를 같이 뛰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마지막 32㎞ 질주 땐 친구들도 함께 달렸다”고 덧붙였다. 특히 레이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GPS 이미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수천 건 이상 공유되고 있다. 지난해 5월22일 미국 팝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가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콘서트를 열던 도중 발생한 자폭테러는 2005년 7월 런던 지하철 테러 이후 영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로 평가된다. 당시 이 사건으로 22명이 숨졌고, 5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남우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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