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원·조상우 사건 입장 발표에
법적 책임 여부·언론 막기에 집중
사과 없이 ‘무죄 추정 원칙’ 주장
넥센 장정석 감독은 “무조건 죄송”
박동원(28)과 조상우(24ㆍ이상 넥센)의 성폭행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피해자가 범행 장소로 지목한 호텔 내부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성폭행 의혹의 사실여부를 떠나 이번 사건은 모처럼 달아오르고 있는 야구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 팬들의 엄중한 비난에 넥센 구단은 즉각 해당 선수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참가활동 정지라는 철퇴를 내렸다. 장정석 넥센 감독 또한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죄인처럼 카메라 앞에 섰다.
하지만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의 반응은 의외였다. 선수협은 23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아직 정식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실명을 알 수 있거나 실명이 거론되는 추측성 보도ㆍ혐의가 확정된 것처럼 나오는 루머나 선정적 표현은 위험하다고 판단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사건과 관련해 무고 가능성도 있고 원정 숙소 호텔 CCTV 등 해당 선수들에 대한 무죄 여부를 입증할 수도 있는 증거들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또한 일부 기사에서 언급된 KBO리그 참가활동정지 등 제재도 무죄추정의 원칙과 사실확정을 기준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구계의 공분을 사고 있는 이번 사건에서 성폭행이냐, 아니냐 하는 둘의 범죄 여부는 둘째 문제다. 시즌 도중 원정 숙소로 여성을 불러들여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탈 행위다. 야구팬들의 노여움이 치솟고, 장 감독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죄송하다”고 머리를 조아린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선수협은 사과는 뒷전이고 오직 법적 책임 여부와 언론에 호도될 우려에 대해서만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선수협은 "해당 선수의 범죄 행위가 사실로 드러나고 혐의가 입증된다면 엄하게 처벌받아야 하고 리그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아야 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에 희생양이 되서는 안 된다"고 신중한 조사를 요청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팬심을 무시한 선수협의 대처는 여러 번 있었다. 야구 관계자들은 “분위기 파악 못한 선수협의 이번 입장 발표 역시 성난 여론에 기름만 부은 꼴”이라고 입을 모았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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