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보면, “우리 사장님이 미쳤어요!”란 광고가 붙어있는 상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윤이 남지 않을 만큼, 싸게 판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불과 3년 전, ‘진짜 제대로 미친’ 사장님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전 세계의 주목을 단번에 받은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그래비티 페이먼츠(Gravity Payments)의 최고경영자 댄 프라이스였다.
그가 자신의 연봉을 무려 90%씩이나 깎고, 직원들의 최저연봉을 인상하겠다는 파격적인 계획을 발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국제통화기금(IMF)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다. “소득 상위 20%의 소득이 1% 증가하면 5년 뒤 국내총생산(GDP)은 0.08%포인트 감소하는 반면, 소득 하위 20%의 소득이 1% 증가하면 같은 기간 동안 국내총생산이 0.38%포인트 증가한다.”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댄 프라이스, 그는 과연 정말 ‘미친 사장님’일까?
불평등과 경제성장간의 관계에 관한 논쟁은 경제ㆍ사회ㆍ노동 학계의 아주 오래된 논쟁 중 하나다. 댄 프라이스의 시도는 비단 학계뿐만 아니라 미국의 재계와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양극화 문제에 대해 새로운 접근법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은 내가 이타적이거나 관대하기 때문에 임금을 올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그저 또 다른 기업가 정신일 뿐이다.” 임금인상과 기업가 정신? 개인적으로 댄 프라이스와 관련하여 흥미롭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다. 어쩌면 그는 도전적인 생각, 새로운 시도 등과 같은 혁신은 직원들이 교통비, 주거비 등 현실적인 제약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그의 시도는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 패러다임 전환과도 닮았다.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라는 점이 그렇고, 임금을 올리면서 혁신을 강조하는 점도 그렇다. 최저임금 인상 등 굵직한 정책이 부각된 탓에 혁신성장이 다소 주목받지 못한 점은 사실이지만, 그의 생각을 미뤄 짐작해보건대 이 둘은 동전의 양면일는지도 모른다. 원조 ‘미친 사장님’ 댄 프라이스의 새로운 시도를 닮은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이 국민 삶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해본다.
임동현 기획재정부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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