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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염치없는 신태용’을 만든 언론ㆍ포털의 ‘염치없는 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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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염치없는 신태용’을 만든 언론ㆍ포털의 ‘염치없는 공생’

입력
2018.05.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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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선수들 훈련을 지켜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23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선수들 훈련을 지켜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최근 신태용(49) 축구대표팀 감독 인터뷰가 도마에 올랐다.

신 감독은 지난 19일 한 잡지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평상시에도 축구를 좋아하고, 프로리그 관중들도 꽉 차고, 그런 상태에서 대표팀 감독을 욕하고, 훈계하면 난 너무 좋겠다 생각한다. 그러나 축구장에 오지 않는 사람들이 월드컵 때면 3,000만명이 다 감독이 돼서 죽여라 살려라 하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토로했다.

신 감독 말에 일리가 있다고 본다. 한국 축구 수준에 비춰볼 때 국가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기대치만 유독 높은 편이다. 감독, 선수에 대한 비판도 가혹하리만큼 지나칠 때가 많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사람들이 축구를 좋아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기는 걸 좋아한다. 이기려면 그 나라 사람들이 축구를 좋아해야 한다. 축구를 즐기지 않고 좋아하지 않고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축구를 즐기고 사랑하고 많이 하게 되면 잘하게 된다. 우리는 뒤바뀌었다”고 뼈 있는 말을 하기도 했다.

반면 신 감독이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월드컵은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축제다. 평소 축구에 관심 없는 사람이 관심 갖고 비판도 하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고 대표팀 사령탑이라면 감내해야 한다.

안타까운 건 신 감독이 과연 소신 있게 할 말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의 처사가 경솔했는지 건전한 토론조차 할 수 없도록 황폐화 된 생태계다. 그 발언을 밑천 삼아 한 몫 챙겨보려는 언론들, 포털의 행태 때문이다.

해당 잡지의 관계 언론사는 신 감독을 인터뷰한, 1만 자 분량의 일문일답 형태의 원본 기사 중 자극적인 코멘트만 골라 900자 분량의 기사로 만든 뒤 축구대표팀 출정식 행사가 있었던 지난 21일 오전 온라인에 띄웠다. 그리고 포털(네이버)은 이 기사를 노출이 가장 잘 되는 스포츠 섹션 메인 페이지에 배치했다. 신 감독을 인터뷰한 기자와 요약본을 작성한 기자도 다르다.

발췌 기사 하단에 ‘신 감독 인터뷰 전문은 아래 관련기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고 적혀 있었지만 아무리 훑어봐도 찾을 수 없었다. 다른 경로를 통해 어렵사리 전문 기사를 발견해 읽고 나서야 신 감독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일부 팬들의 인신공격성 비난, ‘독이 든 성배’라 불리는 대표팀 사령탑에 대한 질문에 신 감독이 비교적 솔직하게 답한 것이었다.

그러나 포털을 통해 기사를 보는 대부분 독자들은 원문 기사를 10분의 1 분량으로 줄여 만든, 자극적인 내용만 나열한 기사만 읽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 기사를 인용해 수많은 언론들이 어뷰징 기사를 쏟아냈다. 앞뒤 맥락과 사정을 살피지 않은 채 해당 발언만 조명되자 신 감독은 불과 반나절도 안 돼 ‘몰지각하고 염치없는 천하의 나쁜 놈’으로 전락해버렸다.

최초 기사를 띄운 해당 언론은 한참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슬그머니 발췌 기사 하단에 전문 원본을 실었다. 기사는 읽힐 만큼 다 읽혀 효용가치가 없어진 시점이었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클릭 수에 목매는 언론, 발췌 기사를 올린 의도를 뻔히 알면서도 ‘자신은 뉴스 배급 플랫폼일 뿐’이라며 모른 척 노출시켜 댓글 장사를 하는 포털의 염치없는 공생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지.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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