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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남성 육아휴직 유감

입력
2018.05.24 19:00
수정
2018.06.21 22: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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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가 대세가 된 요즘, 육아휴직을 하기 어려운 환경과 여건은 저출산 현상 지속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그나마 여성은 육아휴직을 하지만 남성이 할 수 없는 상황은 이른바 ‘독박육아’ 담론을 형성하면서 여성의 출산기피로도 이어진다. 그래서 남성의 돌봄참여를 확대하지 않으면 저출산 현상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돌봄노동에 더 많은 남성이 참여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은 쉽지 않다. 남성으로서 육아휴직을 하거나 할 수 있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드물기 때문이다. 여성에 비해 남성 육아휴직을 관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직장문화, 주부양자로서 소득 감소에 대한 불안감, 승진에서의 불이익 등이 남성의 저조한 육아휴직 참여율을 설명하는 요인이다.

법규정만 놓고 보면 남성만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 기간은 한국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최장이다. 회원국 평균이 8.2주인 데 비해 한국은 52.6주다. 남녀고용평등 및 일ㆍ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19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생후 1년 미만의 영아를 가진 근로자가 그 영아의 양육을 위하여 휴직(이하 ‘육아휴직’이라 한다)을 신청하는 경우에 이를 허용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은 1988년 4월부터 시행된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보장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출산 후 1년 내에 여성 당사자만 육아휴직을 할 수 있었다. 배우자로서 남성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1995년에 생겼다. 동법 11조를 개정, ‘생후 1년 미만의 영아를 가진 근로여성 또는 그를 대신한 배우자인 근로자가’라는 내용이 추가돼 남성 육아휴직이 가능해졌다. 이후 2001년에 ‘근로여성 또는 배우자인 근로자’ 대신 ‘생후 1년 미만의 영아를 가진 근로자’로 법이 개정되면서 부모가 각 1년씩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남성이 사용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육아휴직 기간이 탄생한 것이다. 서유럽 복지국가 중 프랑스가 남성만 사용 가능한 육아휴직 기간이 28주로 가장 높다. 스웨덴도 14.3주 수준이고 독일은 8.7주 정도다.

2006년 3월에는 ‘생후 3년 미만의 영유아를 가진 근로자’로 법을 개정해 육아휴직 사용 가능 시점을 자녀 출산 후 1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2010년 ‘만 6세 이하의 초등학교 취학 전 자녀’로 다시 개정, 동 시점이 자녀 출생 후 6년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2014년 개정 이후 육아휴직 사용 가능 시점은 자녀 출생 후 8년이 됐다. 자녀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기 전까지라면 아빠가 1년의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곳이 대한민국 사회다.

여기에 독박육아로 이어지는 함정이 숨어있다.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할 경우에도 육아휴직 급여는 한 사람에게만 지급한다. 결국 부부 동시 육아휴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어려운 육아휴직을 할 수 있어도 부부가 따로 해야 한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할 경우에도 홀로 단기간 하는 방식만 고착시킬 뿐, 가사ㆍ돌봄노동을 여성(배우자)과 함께 조직화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생겨나기 어렵다. 게다가 여성만 육아휴직을 하는 현실이 엄존재한다.

육아휴직 법 규정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아이를 부모가 함께 키워라.”가 아니다. “모와 부가 번갈아 가면서 키워라.”이다. 그래서 일부 ‘개념있는 아빠’의 모습은 보이지만, 함께 하는 돌봄을 통해 아빠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기회를 한국 남성은 갖기 어렵다. 가사ㆍ돌봄노동이 배우자 간 협업에 따라 조직화할 때 효과가 배가되는 특성을 감안하면 남성과 여성이 따로 해야 하는 육아휴직이 아니라, 동시에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남성 육아휴직 기간이 자랑스럽지 않은 이유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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