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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별 비핵화”… 미국, 북한과 접점 맞춰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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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별 비핵화”… 미국, 북한과 접점 맞춰간다

입력
2018.05.24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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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文대통령과 회담에서

사실상 ‘양보 카드’ 北에 제시

‘일괄 타결’ 기존 입장 확인하면서도

北 ‘단계적 보상’과 절충점 찾은 듯

회담 연기 가능성 시사해 압박도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다음 달 정상 간 북핵 담판을 앞두고 북미가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북한 비핵화와 북한이 바라는 체제 안전 보장을 어떤 식으로 주고 받을지를 놓고서다.

완전한 비핵화가 반드시 보상보다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빠른 속도로 이행될 수만 있다면 일부 비핵화와 보상 조치를 단계별로 맞바꾸지 못할 것도 없다는 사실상 양보 카드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제시했다. 대신 서로 바꿀 양측 패키지를 한꺼번에 합의하자고 제안했고, 자신의 요구 조건을 북한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회담 연기도 불사하겠다며 대북 압박도 병행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23일 남측 취재단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취재를 허용한 사실로 미뤄 북한도 대체로 만족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미 정상회담까지 남은 기간 동안 상대방 약속이 확실하다는 것을 서로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가 회담 성패의 관건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비핵화 이후 북한이 느낄 만한 체제 불안 해소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구체적 비핵화 이행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북한을 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당근ㆍ채찍을 동시에 꺼내 들었다. ‘북한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한다면 북한 정권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더불어 “그의 나라는 부유해질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조달러를 지원 받아 ‘가장 놀라운 나라 중 하나’로 발전했다고 설명하면서다. 체제 보장 방안 중 경제적 지원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북미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도 처음 시사했다. 회담을 불과 20일 앞두고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원하는 특정한 조건들이 있고 그런 조건들이 충족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략일 수도 있지만, 순조로운 듯하던 회담 준비가 북한의 항의로 이상 조짐을 보이는 상황이었던 만큼 미 조야에서는 단순 엄포가 아닐 거라는 관측이 적잖이 나왔다.

그럼에도 이번 한미 회담은 대체로 성공적이라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들이 주목하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일괄 타결’(all-in-one) 해법이 좋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확인하면서도 “한꺼번에 이뤄진다는 게 물리적인 여건상 불가능할 수도 있다. (비핵화에) 아주 짧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는 사실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얘기는 필요할 경우 이행을 단계적으로 하되 최대한 속도를 내자는 것”이라며 “북한이 바라는 ‘단계적ㆍ동시적 이행’과의 절충점을 찾은 듯하다”고 말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도 “‘선(先)비핵화, 후(後)보상’이라는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물러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미 정상 모두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가시적 성과를 거둬야 자신의 정치적 입지 면에서 유리한 만큼 속도전(戰)에는 이견이 없으리라는 게 전문가들 사이의 중론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자신의 1차 임기 내인 2020년까지 눈에 띄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얼마 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 노선에 총력을 집중하는 새 전략 노선을 밝힌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대북 제재 문제만큼은 올해 어떻게든 풀어야 할 과제”라고 했다.

문제는 체제 보장 내용이다. 구체적 해법이 회담 결과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일단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북미 간 수교도 하는 등 정상적 관계를 수립해내실 것으로 확신한다”며 북한이 요구하는 위협 해소 방안을 직접 거론했다. 북미 정상회담 뒤 남ㆍ북ㆍ미 3국이 함께 종전 선언을 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사실도 진전된 내용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보상의 방점과 구체성ㆍ형평성 면에서 아직 북미 간 의견 차이가 작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북한은 이날 당 기관지 노동신문 정세 해설을 통해 한미 공중연합훈련인 ‘맥스선더’를 “북남관계는 물론 내외의 관심이 집중된 조미(북미) 대화 국면에 찬물을 끼얹는 노골적인 군사 위협 공갈”이라고 비난했다.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도 담화를 통해 그간 비핵화 회담의 ‘선결조건’으로 ‘미국의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 공갈을 끝장내는 것’이라고 수차례 언급했는데도 미국이 이에 대해선 침묵한 채 “경제적 보상과 혜택만 떠들고 있다”고 성토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초점을 맞춘 비핵화 보상은 당장의 안보 위협 해소보다 미래의 경제적 번영이었다.

김계관 제1부상의 회담 재검토 언급(16일)에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연기 시사로 ‘맞불’을 놓는 등 미국은 확실한 비핵화를, 북한은 확실한 체제 보장을 얻으려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북미가 판을 깨지는 않을 거라는 관측이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세하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북한이 남측 취재진의 핵실험장 취재를 허용한 사실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걸로 확신한다고 밝힌 점 등이 근거다. 고유환 소장은 “한 번은 거쳤어야 할 진통”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워싱턴=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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