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후보 등록 첫날 전까지
경찰, 재소환 계획조차 안보여
드루킹과 관련 의혹 커지는데
통신ㆍ계좌 압수수색 신청도 없어
“정권 실세 눈치보기 수사” 뒷말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주범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재소환 적기를 흘려 보내면서 봐주기 수사란 비판에 다시 직면했다. 경찰 안팎에선 6·13 지방선거 경남도지사 예비후보인 김 전 의원의 재소환 마지노선을 후보등록 첫날(24일)이전인 23일까지로 보는 상황이라 경찰 수사단계에서 재소환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3일 김 전 의원 재소환 계획을 묻는 질문에 “확인이 곤란하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김 전 의원이 정식 후보로 등록해 본격 선거운동에 나선 뒤부턴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선거관여 금지’ 위반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 재소환 시기가 지방선거 뒤로 미뤄진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선거 뒤엔 특검 국면으로 들어서는데다 김 전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끝날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경찰이 권력 실세에 대한 수사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경찰은 지난 4일 김 전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23시간 동안 조사를 벌였지만 이후에도 두 사람의 연루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만 했다. 경찰이 확보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핵심 회원 ‘초뽀’ 김모씨 이동식저장장치(USB)에서 대선 전인 2016년 11월 경공모 회원들이 김 전 의원에 총 2,700여 만원의 후원금을 낸 흔적이 드러났고, 경찰이 확보한 의원회관 출입기록에선 드루킹 일당 4명이 총 15차례 의원회관에 드나든 것으로 파악돼 “드루킹과 2, 3차례 만났다”던 김 전 의원의 당초 주장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인사청탁에 대한 두 사람 주장도 엇갈렸다. 드루킹은 지난 17일 옥중편지에서 “일본 오사카 총영사직은 김 전 의원이 먼저 제안했으며, 그 제안이 무산되자 센다이 총영사직을 새로 제안했다”면서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직을 청탁해 왔다”던 김 의원의 기존 주장을 반박했다. 최근엔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를 통해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지난 대선 전까지 드루킹을 4차례 만나 간담회 사례비로 200만원을 받았으며, 김 전 의원도 송 비서관을 통해 드루킹을 처음 만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이날까지 김 전 의원에 대한 각종 의혹 해소를 위한 증거 확보 첫 단추인 통신·계좌 압수수색 영장 신청조차 염두 하지 않은 점도 정권 실세 눈치보기란 비판을 부른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김 전 의원에 대한 통신내역과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영장 구성요건 불충분’을 이유로 반려하자 재신청을 하지 않았고, 검토하겠다던 임의제출 요청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여전히 참고인 신분이다.
드루킹이 주장하듯이 김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28일 경공모 회원 도모 변호사에 제안했다고 알려진 센다이 총영사 자리가 대선 지원 대가였다면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특검법을 29일 공포하기로 한 정부 방침을 두고도 논란이 빚어졌다. 이 경우 해당 혐의 공소시효(범죄행위가 일어난 날로부터 6개월)는 오는 6월 27일 밤 12시가 된다. 사실상 공소시효를 넘기기 위한 지연작전이 아니냐는 야당측 반발에 여당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맞서지만, 경찰의 재소환 지연 등으로 인해 권력 실세 수사를 놓고 뒷말이 계속 나오고 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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