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8명 공군 수송기 타고 원산 도착
“한미회담 영향으로 北태도 변화” 분석도
북한이 23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참가할 한국 공동취재진 8명의 방북을 전격 허용했다. 당초 계획대로 5개국 취재진이 이날 오후 늦게 원산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으로 출발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폐기 행사 참관 가능성도 제기된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판문점 개시 통화에서 풍계리 실험장 폐기 현장을 방문해 취재할 우리 측 2개 언론사 8명의 명단을 북측에 통보했으며 북측은 이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전날 중국에서 한국을 제외한 4개국 외신만 방북을 허용했으나, 이날 ‘원산→풍계리 특별열차’ 출발을 불과 한나절 남겨놓은 상태에서 돌연 입장을 바꿔 한국 취재진의 방북을 수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취재진은 이날 낮 12시 30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5호기인 VCN235 수송기를 타고 동해 직항로를 비행해 오후 2시쯤 원산에 도착했다.
북한의 기류변화는 전날 밤부터 감지됐다. 오전까지 “기자단 방북이 무산돼 유감스럽다”던 통일부는, 오후 9시가 넘은 시간 기자단에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내일 아침 판문점을 통해 우리 측 취재단 명단을 다시 전달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북측이 수용한다면 지난 평창올림픽 전례에 따라 남북직항로를 이용하여 원산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동선까지 언급했다. 이와 함께 한국 공동취재진도 정부 요청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23일 오후 귀국하려던 일정을 바꿔 22일 밤 비행기로 급히 귀국했다. 북한과의 물밑접촉을 통해 기자단 방북 논의가 상당부분 가시화됐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의 입장 변화는 한미 정상회담의 영향으로 보인다. 전날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북한 체제보장과 비핵화-보상의 동시적 일괄타결 의사를 밝혀, 북한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참관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22일(현지시간) “풍계리 남쪽(3번 갱도)에서 새로운 관측 장소 설치가 관찰됐다”고 발표했다. 방사능에 비교적 안전한 지역에서 새로운 관측 장소를 설치하는 것은 김 위원장의 참관과 관련이 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의식을 거행한다’고 표현한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김 위원장이 진두 지휘하는 모습을 전세계에 보여 비핵화 의지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원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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