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북아역사재단 학술대회
러시아ㆍ독일 등과 적대관계
어떻게 풀어왔는지 경험 공유
한중일 역사분쟁의 타산지석으로 흔히 소환되는 국가는 독일이다. 전쟁의 참화, 사죄, 협력과 공존이라는 역사화해 작업의 표본이어서다. 하지만 일본은 독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독일이 아니라 폴란드의 사례를 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강대국 사이에서 어떻게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배우기 위해서다. 동시에 극우정당의 집권에서 보듯 지나친 민족주의에 대한 반면교사 역할로도 폴란드 사례를 참고해 볼만 하다는 지적이다.
동북아역사재단이 24일 재단 대회의실에서 폴란드 학자들과 함께 ‘비교사적 관점에서 본 임시정부, 공화주의, 역사화해: 한국과 폴란드’ 학술대회를 연다. 한국과 폴란드간 경험 공유다.
폴란드 역사학계가 최근 추진해왔던 것은 러시아와 공동 역사교과서 제작이다. 폴란드는 이미 2016년 독일과 공동 역사교과서를 발행한 바 있다. 앞서 독일은 프랑스와도 공동 역사교과서를 만들었다. 적대적 경험이 있는 이웃 국가간 공동 역사교과서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끼쳐 한중일 공동역사교과서 발간 사업으로도 이어졌다. 2005년 한중일 공동 역사교과서 ‘미래를 여는 역사’가 발간됐고, 2012년 ‘한중일이 함께 쓰는 동아시아근현대사 1ㆍ2’도 출간됐다. 2020년 출간을 목표로 세 번째 작업도 준비 중이다. 이 작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이 ‘아베 정권’이라서다.
폴란드와 러시아의 공동 역사교과서 제작 사업도 순탄치 않다. 미로스와브 필리포비치 루블린가톨릭대 교수는 ‘폴란드-러시아: 역사적 연구 및 역사학 교육 분야의 국제협력’이란 글을 통해 이 작업이 처한 난관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2008년부터 재개된 공동역사교과서 제작사업은 활기차게 진행됐지만, 폴란드에 극우정당 법과정의당이 들어서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대안으로 선택한 방법이 고등학생 수준의 학교 문제집을 선정한 뒤 거기에다 양국의 역사가들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인터넷에다 공개해 원하는 러시아 사람은 구해다 볼 수 있게 했다. 대중적인 서술을 유지하면서도 검열과 정치적 논쟁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다.
공동역사교과서 사업의 핵심은 신념과 끈기다. 마렉 라지본 중동부유럽연구소 교수는 “수년간의 협상, 공동 연설, 회의, 간행물 발간이 이뤄진다 해도 정치인의 포퓰리즘적 연설 한번에 다 날아갈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작업”이라면서 “내가 옳다고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유를 이해하는, 수년간 지속되어야 할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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