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도입 등 앞두고 시름
22개 단체 31일 첫 대규모 집회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 사업이 확 줄면서 곧 문을 닫을 중소 건설사가 부지기수다. 수십년 건설업을 하면서 이렇게 미래가 안보인 건 처음이다.“
중견 건설업체 대표 A씨는 23일 이렇게 말했다. 현 정부 들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규모가 급격히 줄고,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으로 건설 경기가 위축되며 더 이상 버티지 힘든 상황이라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그는 “오는 7월 주 52시간 근무제까지 도입되면 현장 공기 연장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으로 사업 수지는 더 악화할 것”이라며 한숨만 내쉬었다.
건설업계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토목ㆍ건설 수익의 큰 축인 SOC 등 공공 사업과 민간 주택 분양 등이 모두 정권 교체 이후 침체 국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SOC 예산을 전년 대비 14%(3조1,000억원) 줄어 든 19조원으로 잡았다. 내년에도 정부는 SOC 삭감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국내 주택 사업 역시 신규 택지 개발에 한계가 온 상황에서 거의 유일한 활로였던 재정비 사업마저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와 부담금 부과 등으로 사실상 벽에 막힌 상황이다.
특히 이들은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이 국내는 물론 마지막 남은 해외 사업 수익성까지 악화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52시간제가 도입되면 현장 감독과 장비 운용 등에 소요되는 간접 공사비가 급격히 늘 수밖에 없다”며 “국내 건설현장도 타격이 크지만 공기를 무조건 맞춰야 하는 해외 플랜트 사업장은 늘어 날 인건비로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푸념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설업의 국내외 전체 영업 이익률은 2005년 5.9%에서 2015년 0.6%까지 수직 낙하했다. 올해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건설업계는 해외를 포함한 전체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 적용 유예와 탄력적 근로시간제 활성화, 인건비 보상 등을 최근 국토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또 공공 토목ㆍ건설 공사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낙찰률 10%포인트 상향 ▦300억원 미만 공사 표준시장단가 적용 배제 ▦정부 발주 공사에 근로자 법정 제 수당 반영 등도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는 일단 주 52시간 근무 적용 유예는 불가하지만, 일부 인건비 증가분 보전과 법정 수당 현실화 등에 대해선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현 공사비 구조 때문에 건설 현장 적자가 많아졌다는 업계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건설협회ㆍ전문건설협회ㆍ주택협회 등 22개 건설 관련 단체들은 오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사비 정상화 대국민 호소대회’를 열 계획이다. 22개 건설 관련 단체들이 모두 참여해 공사비 관련 집회를 여는 것은 처음이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