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북미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을 내비치자 개최지인 싱가포르의 언론들은 일제히 주요 뉴스로 보도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23일 싱가포르 유력 매체 더스트레이츠타임즈는 이날 새벽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긴급뉴스로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예정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헷갈리는 신호(mixed signals)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분석하는 대신 관련 기사를 최전면에 배치했다. 문재인 대통령 발언도 비교적 상세하게 전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문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열리지 않을 수 있다”면서 회담 연기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채널뉴스아시아도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신임 총리의 새 내각 발표, 총리 자신의 임금 삭감 소식 등 동남아 전반의 뉴스를 내보냈지만, 온라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 발언을 ‘톱뉴스’로 전했다. 특히 더스트레이츠타임즈와 마찬가지로 관련 기사들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최전면 자리를 유지했다.
두 매체 모두 “지금 열리지 않으면 아마 다음번에 열릴 것”,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해 진지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주목했다. 또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제대로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도 비중 있게 전했다.
모두 국영인 싱가포르 언론의 이 같은 보도는 그 만큼 싱가포르가 북미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반영한다.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싱가포르가 낙점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11일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는 관련 소식을 알린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에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은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걸음”이라며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기를 기원한다”라고 밝혔다. 올해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의장국인 싱가포르가 이번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국제 사회에서의 위상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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