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썽글썽 봄 여는 소리 아직 차갑지만/ 몸 안에서는 뜨겁게 불 지피는 중/ 먼 데서 오는 불꽃들 스며들 때까지만 쉿/ 산수유꽃 당신 속에서 웃을 일만 남았다(‘당신에게 스며들기’)
지난해 ‘시문학’을 통해 등단한 부산출신 정성환 시인이 첫 번째 시집 ‘당신이라는 이름의 꽃말’(사진ㆍ문학의전당)을 냈다.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을 흔한 것들을 새롭게 발견해내는 시인의 관찰력이 돋보이는 이번 시집은 ‘나’와 ‘당신’이라는 존재가 사실은 누군가의 전부이자, 삶에 있어 커다란 존재였음을 알아차리는 현장이다. 빠른 현대사회 속에서의 깨달음이 비춘 시인의 발자취는 적막해 시마다 여운이 맴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석좌교수)은 추천사에서 “시인의 꽃밭은 종교적 신념인 듯 단아하다. 그 꽃밭에서 시인은 활짝 핀 꽃보다 ‘돌아오지 않은 산수유 꽃’을 기다린다. 산수유 꽃이 ‘당신’이고, 모든 꽃의 꽃말은 ‘어머니’의 다름 아니다. 어머니란 꽃을 ‘요양병원’에 분양해 놓고 기다리는 시인 아들이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에게 바치는 이 시집이 향기롭고 눈물겹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문학’ 신인상을 수상한 정성환 시인은 올해 부산문화재단의 창작지원금을 받았으며, 현재 ‘잡어’ 동인이자 부산작가회의 회원이다. 정 시인은 기아자동차 홍보실을 거쳐 현재 영산대에 재직 중이다. 목상균 기자 sgm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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