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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일괄타결 원하지만… ‘최단기간 단계적 이행’ 한발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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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일괄타결 원하지만… ‘최단기간 단계적 이행’ 한발 후퇴

입력
2018.05.23 16:3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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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불가피한 예외 인정 의사

CVIDㆍ체제 보장 일괄 타결 후

초기 과감한 이행 땐 부분적 보상

리비아 아닌 ‘트럼프 모델’ 윤곽

“짧은 시간” 임기내 완료 의지도

美협상팀 이번 주말 싱가포르行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즉석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AP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즉석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AP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의 결이 다른 발언으로 일부 혼선이 빚어졌던 미국의 북한 비핵화 요구조건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 명확해졌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양보할 수 없는 목표를 일괄 타결하는 게 원칙이지만, 일부 불가피한 예외는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반발한 ‘리비아 모델’ 대신 ‘트럼프 방식’의 비핵화 모델이 윤곽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가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확실히 일괄타결(all in one)이라면 좋을 것이다”며 일괄타결에 대한 선호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곧바로 “그렇게 돼야만 하나? 나는 완전히 확언하고 싶지는 않다”고 다소 유보적 뉘앙스가 담긴 언급을 덧붙였다. 이어 “하지만 일괄 타결이 훨씬 더 나을 것”이라고 재차 말한 뒤 “아니면 적어도 물리적 이유로 아주 짧은 시간에. 알다시피, 정확히 그렇게 할 수 없는 어떤 물리적 이유가 있다. 그렇기에 물리적 이유로 아주 짧은 시간에. 본질적으로 그게 일괄 타결일 것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일괄 타결에 대한 선호를 강조하면서도 ‘물리적 이유’를 거론해 비핵화 이행 과정의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합의는 일괄 타결로 하되 핵 폐기 혹은 보상 등 이행은 단계적으로 하자는 한국 정부의 절충적 입장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아주 짧은 시간”이라는 점을 강조해 비핵화 이행 역시 자신의 임기 내에 완료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 같은 언급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상호적 양보 없이 완전한 핵무기 포기를 요구해왔던 데서 물러서, 북한 핵무기의 단계적 해체의 문을 열었다”고 풀이했다. 북한의 방대한 핵무기 프로그램 규모로 인해 단번에 이를 해체하기 어려운 현실을 인식한 데다, 북미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유연성을 보인 것이란 분석이다. 수전 손턴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도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북한이 충분한 착수금을 맡긴다면, 동시ㆍ단계별 보상 방식을 협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그(김정은)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다. 그는 행복할 것이고 그의 나라는 부유해질 것”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 보장과 경제적 지원을 재차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 LG 등 한국의 발전상을 거론하며 북한의 비핵화 이후 청사진을 보여주는 데도 공을 들였다. 이 같은 언급을 종합하면 북미가 CVID와 북미수교ㆍ평화협정 등을 통한 체제 보장 및 경제 지원을 맞바꾸는 로드맵에 대해 일괄 타결을 한 뒤, 북한이 초기에 과감한 조치를 취하면 부분적으로 보상해주는 이행 방식으로 접점을 모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핵화 의지를 증명하기 위한 북한의 초기 조치로는 몇 기의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일부를 제3국이나 미국으로 반출하는 방안이 거론되어 왔다. 손턴 대행도 “비핵화 의지를 입증하기 위해 북한이 어느 정도의 핵무기와 미사일을 미리 폐기하고, 그에 상응해 미국이 취할 조치 수준을 정하는 것이 핵심 문제”라고 밝혔듯이 결국 쟁점은 북한의 초기 이행 조치와 보상 수준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조지프 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미라 리카르델 국가안보부보좌관이 포함된 협상팀이 북한 측 파트너와 구체적 의제 및 회담 실행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이번 주말 싱가포르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2주전 북측과 협상을 시도했지만, 북한이 현장에 나타나지 않아 백악관을 긴장시켰다고 WP는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북한이 호의적으로 반응하면, 북미가 비핵화 이행 조치의 세부 사항을 놓고 실무 협의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3일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 “나쁜 합의는 선택지가 아니며 올바른 거래가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정중히 (협상장을) 떠날 것”이라며 기선 잡기에 들어갔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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