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왕복선처럼 약물 등 적재함에 싣고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전달 가능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디지스트) 연구팀이 기존 것과 달리 세포나 약물을 캡슐에 봉인한 뒤 인체 내 원하는 부위에 전달할 수 있는 캡슐형 마이크로로봇을 개발했다. 이 연구결과는 바이오소재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티리얼즈’ 5월9일자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디지스트에 따르면 최홍수 로봇공학전공 교수 연구팀은 뇌ㆍ인지과학전공 문제일 교수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브래들리 넬슨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세포 및 약물을 봉인할 수 있는 캡 구조물과 박테리아 움직임을 모사한 추진체를 활용한 캡슐형 마이크로로봇을 개발했다. 마치 우주왕복선처럼 캡슐 모양의 적재함에 세포나 약물을 실은 뒤 인체 내 특정 부위에 도착하면 캡슐을 열어 하역하고 다시 회수하는 형식이다.
기존의 마이크로로봇은 로봇 외부 표면에 세포나 약물을 부착하거나 약물 등을 함유한 생분해성 재료로 제작, 방출하는 방식으로 제작돼 목표지점에 전달하는 과정에 세포나 약물이 손상되거나 효능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최 교수팀이 개발한 로봇은 세포나 약물을 적재한 캡과 이를 원하는 지점에 보낼 수 있는 추진체로 구성돼 있다. 캡 외경은 머리카락 굵기(평균 140㎛)보다 약간 가는 104㎛(1㎛는 100만분의 1m), 높이는 65㎛이며 추진체는 길이 290㎛, 굵기가 82㎛이다. 캡과 추진체를 합치면 머리카락 굵기 2배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 로봇은 생체 안에서 자기장을 이용해 이동한다. 연구팀은 수십㎛ 크기의 입자를 캡슐에 담은 뒤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마이크로로봇에 상용화하면 외부환경에 따른 세포나 약물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정확한 양을 원하는 위치에 전달할 수 있어 눈이나 뇌와 같은 인체 내 흐름이 적은 유체에서 조작해 망막변성과 같은 질병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홍수 교수는 “이 로봇을 이용하면 세포와 약물을 봉인한 뒤 원하는 부위에 정확하게 방출할 수 있다”며 “기술적으로는 이미 상용화 수준에 도달했고, 다양한 질환 모델에 적용하기 위한 돔물실험과 임상시험 등을 거쳐 정밀의학용 마이크로로봇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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