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자 추가 담보 제공 가능
보증상품 이용하면 대출한도 2배↑
앞으로 업종과 관계없이 모든 중소기업 사장들이 보유 중인 기계, 완제품과 같은 동산을 담보로 잡고 은행에서 사업 자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이달 중으로 동산을 활용한 정책 대출상품이 나오는데, 이 상품을 이용하면 기존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대출을 2배 이상 더 받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동산금융 활성화 추진 전략’을 내놨다. 기계설비, 재고, 농축수산물, 매출채권과 같은 동산은 중소기업(이하 중기) 자산의 38%를 차지해 부동산(25%)보다 비중이 높다. 이처럼 중기의 동산 자산은 600조원에 달하지만, 이를 활용한 국내은행의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2,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은행들이 동산은 시세를 매기기 어렵고 사후관리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동산대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은행의 담보관리 역량을 보완해주는 전문서비스가 발달, 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비중이 63%로 부동산(37%)을 크게 앞지른다.
정부는 우선 모든 기업이 동산담보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은행권 공동의 ‘동산담보 표준내규’가 상반기 중으로 손질한다. 지금은 제조업만 은행에서 동력 없는 기계, 원재료를 담보로 대출 받을 수 있는데 하반기부턴 은행이 모든 동산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해주는 게 허용된다. 유통업자가 완제품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게 가능해지고 기존 신용대출을 받고 있는 중기 대표라면 동산을 추가로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금리를 낮출 수도 있게 된다. 정부는 기존 신용대출을 받던 이가 동산을 추가로 제공하면 대출가능 금액은 기존 1억2,000만원에서 3억8,000만원까지 늘어나고 대출금리는 기존 6%에서 3.3%까지 낮아지는 효과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1조5,000억원 규모의 정책 우대대출 상품도 내놓는다. 기업은행에 기계설비ㆍ재고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면 금리는 1.3%포인트 깎아주고 대출한도는 40% 늘려주는 상품이다. 동시에 동산담보대출 금액의 50% 범위에서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해주는 ‘특례보증 상품’도 내놓는다. 예컨대 10억원 상당의 아연을 보유한 기업은 현재 재고자산을 담보로 최대 4억원까지(담보인정비율 40%)만 대출 받을 수 있지만, 정책대출과 정책보증을 동시에 이용하면 최대 8억4,000만원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동산담보대출에 걸림돌이 되던 제도와 법령도 점진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동산은 부동산과 달리 권리확인이 쉽지 않다. 동산도 등기를 하긴 하지만 제3자가 열람할 수 없어 은행으로선 중복담보를 막기 쉽지 않다. 정부는 동산 등기의 제3자 열람을 허용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이밖에 동산을 반출했을 때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동산 특성을 감안한 권리보호 보강 방안을 올해 중 마련키로 했다. 동산을 사고팔 수 있는 전문시장도 마련한다. 지금은 동산 매각을 거의 법원경매에 의존하고 있는데, 정부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기계거래소 2곳을 우선 전문매각 시장으로 지정해 시장을 키우기로 했다.
하지만 제도가 바뀌더라도 은행들이 다양한 동산담보대출을 취급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걸로 보인다. 은행들이 그간 동산담보대출을 거의 취급하지 않은 탓에 여신심사 때 활용할 정보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 감정평가법인들의 동산담보 가치 평가 역량도 떨어진다. 정부는 은행권 공동으로 동산에 특화된 감정평가법인 풀을 구성해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시행해 담보평가 활용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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