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교수팀 조사…"홀로코스트 생존자 유병률보다 높은 수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대다수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었으며, 65%는 7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PTSD에 시달리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소영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국내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20명을 대상으로 개별 면담한 결과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국제학술지 '정신의학 연구'(Psychiatry Investigation) 4월호에 게재됐다.
면담은 할머니 1명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 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명과 임상심리학자 1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진행했다. 면담 대상은 2016년 현재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 38명 중 면담이 가능한 20명으로 추렸다. 위안부 피해자는 조사 후 잇따라 숨져 올해 5월 기준 생존자는 28명으로 줄었다.
연구결과 대상자의 65%(13명)가 현재 PTSD를 앓고 있으며, PTSD 평생 유병률은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안부 피해자의 대부분이 평생에 한 번 이상 PTSD에 시달렸으며, 절반 이상은 지금도 PTSD로 고통 받는다는 뜻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비율은 위안부 피해자의 PTSD 유병률이 2차 세계대전 생존자나 홀로코스트 생존자를 웃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해외에서 진행된 선행 연구에서 평균 나이 81.8세인 2차 세계대전 생존자 316명의 현재 PTSD 유병률은 1.9%였고, 홀로코스트 생존자 170명의 PTSD 유병률은 42.35%(72명)였다. 2003년 60세 이상의 홀로코스트 생존자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도 현재 PTSD 유병률은 39.0%로 보고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차이에 대해 "전쟁 생존자이면서 반복적인 성폭행 피해자인 데다 대상자들의 피해 시기가 12~19세로 아동·청소년기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동·청소년기의 외상은 뇌 발달에 문제를 초래할 뿐 아니라 장기적인 정신적 후유증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해자의 반성과 사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이 교수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한 독일 정부와 달리 일본 정부는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며 "사회적 이슈화가 반복되지만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하면서 오히려 피해자들은 반복적인 트라우마 재경험에 노출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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