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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과거에 실패했다고 미리 비관하면 역사 발전 없어”

입력
2018.05.23 07: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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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서 트럼프 띄우며 중재 총력

미국을 공식 실무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공식 실무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전망과 관련, “과거에 실패해 왔었다고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고 미리 비관한다면 역사의 발전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기 전 질의응답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이 과연 실현될 것인가에 대해 미국 내에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북미 간 합의와 이번 북미 정상회담의 차이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북미 간에 여러 번 합의가 있었지만 정상들 간에 합의가 도모되는 것은 이번이 사상 최초”라며 “더구나 그 정상회담을 이끄는 분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언급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나 6자회담을 통한 9ㆍ19 공동성명 등 북핵 폐기 관련 과거 합의가 실무선에서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북미 정상이 합의하는 것인 만큼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반드시 성공시켜 65년 동안 끝내지 못했던 한국전쟁을 종식시키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룸과 동시에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북미 간에도 수교하는 등 정상적 관계를 수립해내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그것은 세계사에서 엄청난 대전환이 될 것이며, 그 엄청난 대전환의 위업을 트럼프 대통령이 반드시 이룰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저도 거기에 최선을 다해 협조할 것”이라며 “그리고 그것은 북한에도 체제 안전을 보장함과 동시에 북한에 평화와 번영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아주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와 관련된 질문에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게 있는데, 저는 예정대로 제대로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제 역할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중재를 하는 입장이라기보다는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또 그것이 한반도와 대한민국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국과 함께 긴밀하게 공조하고 협력하는 관계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지, 안 열릴지는 두고 봐야 될 것”이라면서도 “만일 (회담이) 열린다면 아주 좋은 일이 될 것이고 북한에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만일 열리지 않는다면 그것도 괜찮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질의응답에서 “과연 북한과의 협상이 잘 이뤄질 것이냐, 안 이뤄질 것이냐는 두고 봐야 되겠다”면서도 “나는 이런 협상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경험을 갖고 있고, 어떤 경우에는 협상에 들어갈 때 가능성이 0이었는데도 100으로 협상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고, 가능성이 굉장히 컸다가도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있어 일단 가봐야 되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방식과 관련, “한꺼번에, 일괄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런데 한꺼번에 이뤄진다는 것은 물리적인 여건으로 봤을 때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물리적인 이유 때문에 짧은 시간에 딜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답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후 북한 체제안전 보장 문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정권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며 “지금 김정은은 역사상 없는 가장 큰 기회를 갖고 있다, 뭔가를 해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의 협상에 대비해 당근과 채찍을 병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비핵화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체제안전 보장 등 당근을 지원하겠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판을 깰 수도 있다는 압박인 것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 북미 간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비핵화와 체제 안정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한미 정상은 이어 최근 북한이 보인 한미 양국에 대한 태도에 대해 평가하고, 북한이 처음으로 완전 비핵화를 천명한 뒤 가질 수 있는 체제 불안감의 해소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또 6ㆍ25전쟁 종전선언도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ㆍ북ㆍ미 3국이 함께 선언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두 정상은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난한 맥스 썬더 한미연합군사 훈련의 종료일인 오는 25일 이후부터 남북 고위급 회담을 비롯한 대화 재개가 이루어질 것으로 관측했다고 윤 수석은 설명했다.

한미 정상의 단독회담은 애초 이날 낮 12시 5분부터 30분 정도 예정돼 있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발언 후 기자들과 30여분간 질의응답을 하는 바람에 12시 42분에 시작해 오후 1시 3분에 끝났다. 두 정상은 이어 수행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확대 정상회담 및 업무오찬을 오후 2시 8분까지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을 방문하고 1박 4일의 미국 실무방문 일정을 마친 뒤 귀국 길에 올랐다.

워싱턴=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 두 번째)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 두 번째)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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